스위스 농약종자업체 신젠타를 품에 안기로 하면서 중국 역사상 최대규모 해외기업 인수기록을 세운 중국국영화공그룹(켐차이나)이 인수자금을 구하려 ‘빚잔치’를 벌리고 있다. 인수대금 430억달러 중 70% 넘는 부분을 남의 돈으로 메운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켐차이나가 신젠타 인수에 쓸 자금 300억달러 이상을 마련하기 위해 다수의 중국계, 외국계 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신젠타 인수건에 대해 켐차이나 측 자문을 맡았던 HSBC와 중국 중신은행이 인수자금을 댈 신디케이트론을 주도하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거액의 대출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금융기관이 모여 차관단을 구성, 공통의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방식이다. HSBC는 크레딧스위스·네덜란드 라보뱅크·이탈리아 유니크레딧과 손잡고 200억달러어치 대출을 준비 중으로, 오는 4월까지 다른 유럽 은행에도 동참을 요청할 계획이다. 중신은행은 다음달 중 최대 150억달러에 달하는 별도의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하기로 했다.
필요한 금액이 하도 크다 보니 중국 국영펀드까지 한몫 가세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영펀드인 중국국신홀딩스가 중신은행 신디케이트론 참여를 약속했으며, 또 다른 국영펀드인 실크로드펀드도 현재 참여를 검토중인 상태다. 특히 실크로드펀드는 지난해에도 켐차이나가 이탈리아 타이어업체 피렐리 지분 25%를 확보하는 과정에 자금을 댄 바 있다.
켐차이나가 이처럼 ‘빚잔치’를 벌리는 건 비상장기업이다 보니 주식 발행으로 돈을 끌어다쓸 수 없는 탓이다. 반면 국영기업 특성상 신용도가 중국 정부와 별다를 바 없어 바깥에서 돈을 빌려오기는 쉬운 편이다. 덩달아 이같은 안정성에 주목한 해외 투자자들도 중국 국영기업 투자를 흔치않은 ‘대박’ 기회로 여기고 있다. WSJ는 “중국 국영기업의 해외기업 사재기 열풍에 힘입어
켐차이나는 인수절차가 끝나면 신젠타를 기업공개(IPO)해 끌어쓴 자금을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홍콩 투자은행들과 IPO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태로, 상장 지역도 홍콩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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