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지하자"…美공화당 보수세력 결집 본격화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의 2차 분수령인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도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자 공화당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보수주의 활동가들이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 세력 결집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보수주의 운동'(conservative movement)의 고위급 인사 3명이 17일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저지' 모임을 하기로 하고 초청장을 발송했습니다.
모임을 주도한 이들은 빌 위치터만, 밥 피셔, 에릭 에릭슨으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막고 제3 후보를 옹립하고자 뜻을 뭉쳤습니다.
위치터만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보수주의 운동 조직의 연락책으로 활동했고 빌 프리스트 전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의 수석 고문 역할도 맡았습니다.
사업가인 피셔는 모임 간사이며 에릭슨은 보수성향의 웹사이트 '레드스테이트닷컴'(RedState.com)을 만들어 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폴리티코는 "세 사람은 보수주의 운동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며 보수주의 운동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공화당 경선주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노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초청장에 "모임에 참석해 공화당 대선후보를 노리는 트럼프를 패배시키기 위한 전략을 짭시다"라고 썼습니다.
모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동이 시작일 뿐이라며 "사람들은 공화당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날 경선 레이스의 분수령으로 꼽힌 '미니 슈퍼화요일' 결전에서 대승을 거둬 대세 후보임을 다시 입증했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가 미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지역구(플로리다)에서 압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루비오는 충격적인 패배로 경선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루비오의 탈락으로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와 크루즈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3파전 양상이 됐지만 현 상황으로선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공산이 큽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지도부가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를 저지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중재(경쟁) 전당대회'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폴리티코와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은 공화당 지도부가 이날 트럼프의 압승과 함께 막다른 궁지에 몰렸으며 중재 전당대회가 마지막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매체는 공화당 지도부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내놓은 쇄신안이 트럼프의 승리로 무산되면서 선택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른바 '부검 보고서'로 불리는 쇄신안은 공화당이 집권을 위해서는 포용력을 높여 호소력을 다양화하고 중산층에 다가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WP는 이날 자기 지역구에서 참패해 중도에 하차한 루비오 의원이 이 같은 공화당 지도부의 새 비전을 실현할 적임자로 거론돼왔다고 꼬집었습니다.
NYT는 공화당 지도부에게 어려운 양자택일이 남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를 대권 후보로 받아들여 당 정체성을 트럼프의 신조처럼 새로 정의하거나 그를 거부하고 중재전대에서 다른 후보가 선출되길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화당 지도부의 선택은 후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WP는 루비오 의원을 후원하던 연합세력이 케이식 주지자를 남은 경선에서 지지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케이식 주지사도 공화당 지도부의 신념에 가까운 매파 외교정책, 소외된 이들에게 좀 더 포용적인 국내 정책비전을 지니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케이식 주지사의 캠프와 계약한 공화당 고문인 찰리 블랙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대다수의 목표는 트럼프가 대의원을 가능한 한 적게 얻도록 하는 것"이라며 "다른 후보 가운데 누가 대의원을 데려가는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의원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없어 경쟁전대가 열리면 1차 투표에 트럼프를 지지한 대의원이 2차 투표에서 다른 대의원을 지지할 수 있고 3차 투표에서는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은 경선으로 가는
폴리티코는 모임 주체 중 한 명인 "피셔가 2012년 대선 경선에서 릭 샌토럼 후보를 위해 200여 명의 보수 세력을 결집시켰다"며 "당시 휴스턴의 행사에서 하루 만에 180만 달러(약 21억4천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하기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