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발생한 류경식당 가보니 "북한사람들 전부 도망갔어요"
↑ 사진=연합뉴스 |
1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탈출한 곳으로 추정되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식당인 류경식당.
이 식당 주변의 상점 관계자들은 "북한식당은 영업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류경식당은 닝보시의 전통문화거리이자 카페거리인 '난탕라오지에'(南塘老街) 2기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닝보시의 전통가옥을 본떠 지은 이 식당은 베이징(北京)이나 선양(瀋陽) 등 다른 주요 대도시에 있는 다른 북한식당들보다 훨씬 호화로워 보였습니다.
일부 2층으로 지어진 건물의 대지 면적은 어림잡아 1천㎡(25×40m). 식당 주변에 놓인 크고 작은 화분과 벽면에 내걸린 대형 유화들은 이 식당이 개업한 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습니다. 벽을 따라 수십 개의 청사초롱도 내걸려 있습니다.
이 카페거리의 한 관리원은 "이 북한식당은 지난해 난탕나오지에 2기가 준공되면서 개업했다"며 "영업한 지 6개월 정도 밖에 안됐다"고 말했습니다.
짙은 정적감에 휩싸인 류경식당은 가족단위 나들이객으로 북적대는 현대식 카페거리의 분위기와 묘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4차선 도로와 인접한 주출입구나 카페거리쪽으로 난 뒷문 출입구, 보조문 등 4~5개 출입구는 모두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한 시간 남짓한 사이 7∼8팀의 중국인 손님들이 식당을 찾았다가 문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서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하나같이 "어떻게 된 거지? 문을 닫았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창문과 문틈으로 살짝 보이는 내부풍경은 더욱 황량했습니다. 각종 기념품 등이 진열됐을 것으로 보이는 대형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집기 하나 놓이지 않은 테이블도 여러 개가 보였다. 식당은 폐업 수순에 돌입한 듯 폐가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북한 종업원들의 집단탈출 소식은 주변 상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이 식당 맞은편에 있는 화장품 상점 여직원은 "북한 종업원들이 최근 모두 도망가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며 "(식당건물) 2층에는 비자 업무를 담당하던 북한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류경식당 앞에서 만난 카페거리 관리원은 북한 종업원들이 집단탈출한 시점은 "지난 4일 혹은 5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원은 이런 사실을 식당측 관계자를 통해 알게 된 것인지 아니면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관리원은 "이 식당은 원래부터 영업이 부진했다"고 말했습니다.
30대로 추정되는 류경식당 여직원은 이날 오전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영업 재개 여부는 주인(소유주)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집단탈출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날 오후 류경식당 앞에서 마주친 5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은 이 식당이 갑작스럽게 영업을 중단한 배경에 대해 "최근 중국 사업가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큰 다툼이 벌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폭행 사건까지 일어나 (식당 관계자들이) 공안당국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남성은 이 식당 내에서 북한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류경식당이 지난해 10월 개업한 직후부터 식당의 전기, 수도시설 등 각종 설비를 담당해왔다는 그는."지난 2∼3월 작업비용인 3천 위안(53만3천430원)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최근 식당에 올 때 마다 문이 잠겨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북한식당에서 몇 명의 북한 종업원이 근무해왔느냐'는 질문에는 "10여 명이다. 그 중에는 인솔자로 보이는 50~60대, 30대 남성 두 명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종업원들은 식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집단 생활을 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북한 종업원들이 언제부터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느냐'는 물음에는 "지난해 11∼12월로 기억한다. (중국) 동북쪽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종업원 규모와 관련, KBS는 이 식당 종업원이 18~20명 정도였고, 탈출한 13명 이외 나머지 사람들의 행방은 모른다는 식당 주변인의 말을 전했습니다.
KBS는 탈출한 종업원들이 닝보로 옮기기 전 근무하던 식당으로 추정되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의 천년백설회관 직원이 자사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이날 전했습니다.
이에 선양 총영사관 관계자는 해당 식당이 '집단 탈북' 관련 식당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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