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가 된 엘리자베스 홈즈(32)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가 사업분야인 의료기술 업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그녀가 개발한 혈액 한 방울로 수백가지 질병 검사가 가능한 혈액검사 진단기 기술에 대해 거짓 의혹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가 홈즈의 업계 활동 금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홈즈로서는 사실상 업계를 떠나라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보건당국이 홈즈에 대해 혈액검사 업계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지난달 18일 캘리포니아주 테라노스 연구소의 사업 면허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홈즈를 비롯한 테라노스 임원진에 대해 최소 2년간 연구소 소유와 운영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금지 대상에는 테라노스 애리조나 연구소도 포함됐다. 기술 개발과 신속한 검사결과 제공을 위해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를 거점으로 활동해온 테라노스는 이번 조치로 매출의 상당부분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홈즈는 지난 2003년에 재학중이던 스탠포드대 화학과를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피 한 방울의 기적’이라 불리는 혈액검사 진단기 ‘에디슨’을 개발해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테라노스 기업가치는 90억달러(약 10조4140억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테라노스 직원의 내부 고발로 에디슨의 부정확성과 기술 오류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결국 활동 금지처분으로 이어졌다.
테라노스는 연방법에 따라 서한 발송 후 10일 내로 CMS 명령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야만 처분을 면할 수 있다. 혈액 검사
서한에는 테라노스측 입장이 CMS가 요청한 수준에 미달할 경우 즉각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는 경고가 포함됐다고 WSJ는 전했다. 처분이 결정되면 60일 이내에 연구소 면허가 취소되게 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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