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마모토 산사태 |
악몽은 16일 토요일 새벽 1시25분에 시작됐다. 이틀 전인 14일 규모7의 강진에 놀란 주민들은 여진에 대비했지만 찾아온 것은 본진(本震)이었다. 기상청은 “14일부터 이어진 여진은 16일 강진의 전진(前震·전조)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5년 고베대지진과 맞먹는 진도 7.3의 강진에 가뜩이나 약해진 지반과 목조건물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파편이 가득한 집안을 둘러보던 50대 여성은 “첫 강진 때는 괜찮았지만 두 번째 강진에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며 몸서리쳤다.
강진은 점점 동진해 마시키마치에서 28km 떨어진 아소산 인근 미나미아소마치까지 덮쳤다. 지반 붕괴와 무너진 토사로 가는 길마저 차단된 미나미아소마치에서는 7명이 사망했고 11명이 행방불명됐다. 설상가상으로 강진이 덮친 16일 오전 아소산에서 분진이 100m 정도 치솟는 소규모 분화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지진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이후 400차례가 넘는 여진에 부상자는 2000여명을 넘어섰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일본 정부는 자위대 2만5000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인명구조작업에 나섰다. 지난 14일 시작된 강진은 구마모토와 아소산 부근, 그리고 오이타현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구마모토현에서는 40만가구 이상이 단수로 고통을 겪고 있고 가스가 끊긴 주택도 10만가구 이상이다.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내외 온천관광 명소 오이타현에서는 놀란 관광객들의 탈출이 이어지면서 영업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회사와 파나소닉, 소니, 미쓰비시 등 전자업체들도 규슈 지방 공장 조업을 일시 중단하고 생산라인 점검에 나선 상태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
[구마모토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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