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를 따라 강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인한 지진도 잦아졌다. 전문가들은 지각판의 충돌로 발생한 큰 지진이 또다른 지진을 불러 오는 ‘방아쇠 효과’에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점인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힌두쿠시 산악지역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파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 지역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일어나 파키스탄과 인접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4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13일에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인접 국가인 미얀마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추가로 발생해 피해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규모 7.9의 대규모 지진이 강타해 8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네팔에서도 여진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5일에는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와 중부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인도 북부지역에서까지 감지된 이 여진으로 네팔 국민 사이에서 ‘또 한번의 대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 새벽 대만 남부지역인 (高雄)시 메이눙(美濃)구를 진앙으로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해 117명이 숨지고 600여 명의 부상했다. 1999년 규모 7.6의 대지진이 발생해 2400여 명이 숨진 이후 17년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다. 특히 ‘두부 빌딩’로 불리는 웨이관진룽(維冠金龍) 빌딩에서만 115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구마모토가 흔들린 14일 필리핀과 바누아투공화국에서도 각각 규모 5.9, 6.0의 강진이 발생했다. 15일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해안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해 아시아 전역에 걸쳐 대규모 지진이 잦아지고 있다.
지구 표면은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맨틀’이라는 액체 위를 떠 있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맨틀은 계속해서 움직이는데 이에 따라 지각도 미세하게 움직인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지각이 서로 만나거나 맞물리는 곳에서는 ‘응력(Stress)’이 발생한다. 맨틀은 계속해서 움직이는데 맞닿은 지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지각은 쌓인 힘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균열이 발생한다. 지각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그 파동이 전달되는 것을 지진이라고 한다.
한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지층이 갈라지면서 ‘단층’이 생겨난다. 조금만 힘이 쌓여도 바로 단층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균열이 존재하는 곳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키판 등 네 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남미 칠레 일대와 일본 등에서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지진이 잦은 만큼 지각이 약해 화산활동이 활발하다. 이 지역을 ‘불의 고리’라고 부른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조사연구실 책임연구원은 “ 지각 활동이 활발하고 단층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이 지역에 몰려 있으며 전 세계 지진의 약 90%도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태평양의 바누아트에서 지난 3∼14일 발생한 네 차례의 지진과 14일 규모 6.5, 16일 규모 7.3 강진이 일본 구마모토현을 연달아 강타했다. 16일에는 남미 에콰도르 태평양 해안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불의 고리 지대에서 ‘도미노 현상’처럼 연달아 지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천㎞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서로 연관성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지진은 나즈가판과 남아메리카판의 충돌이며 일본은 필리핀판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지각판이 다르더라도 큰 지진이 발생하면 ‘방아쇠 효과’로 인접한 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방아쇠 효과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2~4정도로 굉장히 작기 때문에 규모 7.8의 지진이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 다른 지진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불의 고리 지역에서 50년을 주기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학계에서는 ‘근거 없다’는 시각이 많다. 1900년대 이후 규모 8.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총 15번으로 대부분 1950~1960년대에 집중됐다. 이후 잠잠하던 지진은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규모 8.7) 대지진을 시작으로 2010년 칠레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지진계를 사용해 지진을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
[원호섭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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