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하버드대가 남학생만으로 운영되는 학내 학생친목단체인 ‘파이널클럽’에 여학생 가입을 허가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말 라케쉬 카우라나 하버드대 학부 학생부장은 복수의 파이널클럽 대표들과 회의를 갖고 이같은 입회 허가 방침 변경을 15일까지 결정하도록 요구했다. 회의에 참가한 클럽 중에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소속한 유서있는 클럽도 있었다. 학교는 여학생들이 만든 신생 파이널 클럽에도 남학생 가입을 허가하도록 통보했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학교에서 강요한 제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받을 조치가 불분명하다며 지난 13일 카우라나 학생부장과 3시간에 걸친 재협상을 가졌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의 파이널클럽은 ‘학부생 신분으로 가입할 수 있는 최교의 사교 모임’이라는 의미로 현재 남학생 클럽 6개와 여학생 클럽 5개가 운영되고 있다. 전체 학부생 중 10%의 학생만 클럽에 가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버드가 이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파이널클럽 및 사교 모임에서 학생간 성폭행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파이널클럽에 참가한 적이 있는 학부 4학년 재학 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합의 없는 성적 접촉의 경험이 있음’에 답한 학생이 응답자의 47%에 달해 절반 가까이가 성 관련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하버드의 ‘성폭행방지 태스크포스(TF)’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남성 중심의 파이널클럽에서는 극단적인 여성멸시적인 태도가 드러난다”고 규탄하며 “파이널클럽의 성별 구성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되며 하버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학교의 이같은 조치에 파이널클럽 회원 학생들은 “파이널클럽과 대학의 관계는 1984년 대학 측이 클럽 내 성별 구성에 관여하는 것에 반발해 단절됐다”며 “대학이 파이널클럽의 회원 구성을 지시하는 것은
카우라나 학생부장은 “남학생으로만 구성된 배타적인 사교 클럽은 ‘미국 사회의 지도자와 시민을 교육한다’는 대학의 사명과 목적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하버드가 박물관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단일성별의 사교모임이 과거의 유물임을 시사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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