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동남아 시장에 간호 서비스를 적극 수출하기로 했다. 고령화로 노인 간호에 노하우를 가진 일본이 고령화 초입단계에 놓인 동남아 시장에 간호 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지 간호인력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인프라 구축 및 연구시설 건립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이 관민 공동으로 간호 서비스를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개 국가에 수출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일본형 간호’ 수요 증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미 일본 정부는 3국과 경제연계협정(EPA)을 맺어 간호 협력을 진행해 왔다. 일본은 늘어나는 노인에 대한 간호인력 확충을 목적으로 2008년부터 간호 서비스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유학생을 유치해왔다. 또한 이들이 일본식 간호 서비스의 동남아 수출에 ‘홍보대사’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간호사 자격 취득에 어려움을 겪거나 취득 후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본 국가자격시험인 간호사 후보자 시험에 응시한 429명의 외국인 유학생 중 합격자는 47명(11%)에 불과했다. 다케히사 요조 일본만성기의료협회 회장은 “20년 후에는 간호 인력 부족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며 “EPA의 유학생 수용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귀국한 현지 유학생 간호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관련 서비스 시설의 원활한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고용에 나설 방침이다. 일본형 간호 서비스가 동남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현지에서도 일본과 동일한 간호 서비스 환경이 조성돼 일본으로의 간호인력 유입도 쉽게 진행될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협력기구(JICA)와 관민 펀드인 ‘그룹재팬기구’를 통해 간호 서비스 제공업체나 의료법인이 현지에서 시설을 짓고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융자할 계획이다. 현지 정부와의 교섭은 정부 조직에 신설되는 ‘건강·의료전략실’에서 맡는다.
새로운 간호인재 육성을 위한 일본형 간호 연수 시설도 지어진다. 첫 진출지로 예상되는 필리핀 마닐라에 관민 공동 투자를 통해 간호학교가 설립될 전망이다. 연수 시설이 확충되면 진출업체의 인력 확보가 쉬워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사업이 일본 의료기기 생산 업체들에게 수출의 길을 열어주는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형 간호 서비스의 세계화를 통해 일본 업체가 개발한 간호용 로봇 등이 수출돼 신 시장 개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해온 의약품, 의료기술 등의 수출해 비해 간호 서비스는 내수 대상 사업에 머물러 있어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동남아 국가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고령화가
일본 정부는 올해 하반기 내로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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