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내 은행들 사이에 ‘코코본드’(우발전환사채) 경계령이 내려졌다. 올해초 코코본드 이자 지급중단에 대한 우려로 주가 폭락사태를 맞이했던 도이체방크는 전면 발행중단을 선언하고 다른 은행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초 30억~40억 유로(3조8700억원~5조1600억원) 코코본드 발행을 검토해오던 도이체방크가 이 계획을 전면 폐기했다.
최근 도이체방크 CEO로 부임한 존 크라이언은 최근 발행 포기를 선언하며 “코코본드는 나쁜 금융상품”이라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특정 상황에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회사채를 의미한다. 변환 혹은 상각의 사유는 증권 발행 당시 미리 정해둔 것으로 자본 비율의 저하나 공적자금의 투입 등이 있다. 쉽게 말해 손실 위험이 큰 고위험 자산이다. 대신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금리는 일반 회사채에 비해 훨씬 높다.
유럽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의 강화된 은행재무건전성 기준인 ‘바젤III’를 충족시키기 코코본드를 많이 이용했다.
바젤III 하에서는 코코본드가 다른 채권들과 달리 자본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2월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발 주가폭락사태로 부터 시작됐다.
도이체방크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코본드 이자를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됐고 투자자 불안이 커지면서 주가폭락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현행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감독 규제는 은행 수지가 특정 수준 이상 악화될 경우 코코본드 이자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상품자체에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해 되레 회사에 위기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로존 대형 은행의 고위 관계자들도 ECB의 단일은행감독기구(SSM)에 코코본드 규제에 관한 불만과 규제 완화를 강력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SSM 다니엘 누이 의장은 “코코본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법안 변경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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