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대의원 과반을 뜻하는 ‘매직넘버’를 달성해,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자력으로 따낼 가능성이 높아진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전국 지지율이 처음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앞섰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2일(현지시간) 공개한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는 41% 지지율을 얻어 39% 지지를 받은 힐러리를 2%포인트 앞섰다. 사실상 11월 8일 미국 대선이 ‘힐러리 vs 트럼프’ 양자구도로 치뤄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지지율을 앞선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실시된 7개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가 6~7%포인트차로 트럼프를 앞선것을 감안하면 양자간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수시로 터트리는 막말과 인종차별적이고 기회주의적 행태로 미국내외에서 공분을 사고 있는 트럼프 돌풍이 갈수록 거세지는 배경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 NBC와 ABC 방송 조사 결과, 기성 정치인보다 새로운 인물의 탄생을 원한다는 유권자들의 답변이 60%를 넘었다.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배척받고 있지만 주류 정치인에 대한 강한 반감이 트럼프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힐러리 역시 영부인과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친 주류 기성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트럼프 지지로 집중된 면이 적지 않다. 보수진영 결집도 트럼트 지지층 확대에 힘을 보탰다. 동성결혼 합법화, 성소수자들의 화장실 선택권, 낙태 허용 등 오바마 정부의 진보적 조치에 결사 반대하는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도 민주당에 끌려다니자 실망한 강경 보수주의자들이 보수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를 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멕시코 이민자 비하, 무슬림 입국 배척, 보호무역으로의 회귀, 동맹관계 재평가 등 신(新)고립주의 내지는 미국 이기주의로 평가되는 트럼프의 주장은 이민자와 무역협정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미국 주류 백인사회 지지를 이끌어냈다. 히스패닉의 높은 범죄율과 무슬림에 의한 테러, 저가 중국제품 시장 범랑 등은 이유야 어찌됐든 미국 주류 백인사회가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이같은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속에 트럼프가 ‘막말’로 비난해 준 것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이 저소득·저학력·남성·백인 이라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때문에 트럼프 진영에서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상당수가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를 지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메일 게이트’에 따른 힐러리에 대한 불신, 월가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세계 각지에서 고액의 강연료를 챙긴 힐러리를 둘러싼 잡음들이 트럼프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데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막말’도 역설적으로 트럼프 지지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막말’이 미국 대통령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자층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잘 몰랐던 유권자들에게 초기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또 나중에는 트럼프의 공약과 논리를 강렬하게 각인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트럼프 유세장 부근에서 반대시위를 벌이다 지지층과 충돌해 폭력사태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또 이민자들에게 적대감을 표출해 온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민자들의 귀화신청도 폭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미국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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