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미국 대선이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양자 대결로 기정사실화됐다.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공약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한 불신이 트럼프에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강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의 오만한 태도와 정책공약 허구성 등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한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히스패닉과 흑인 그리고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힐러리 지지로 결집되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대다수 여론조사는 힐러리가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1%에 불과한 지지율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결국 승리한 트럼프 모멘텀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미국의 선거 전문가 2인이 내놓은 대선 전망도 서로 엇갈리게 나왔다.
■“오바마에 식상한 유권자들 트럼프 선택할것”-데이비드 액설로드 시카고대 정치연구소장
데이비드 액설로드 시카고대 정치연구소장은 “지난 8년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 통치 스타일에 식상해진 유권자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정반대 기질을 표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CNN 인터뷰와 뉴욕타임즈(NYT) 기고를 통해 액설로드 소장은 “유권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더구나 지난 8년간 같은 대통령을 보아왔다면 변화에 대한 욕구는 더욱 크다”며 이처럼 전망했다. 현직 대통령 기질·스타일과 가장 대조적인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어필’한다는게 액설로드의 주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방식, 소수에 대한 배려,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대외정책 스타일 등이 한때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이제는 이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요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소통방식과 달리 직설적이고 강압적인 소통 방식을 취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수요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잘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동맹의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되며 여성과 이민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액설로드는 “유권자들이 한때 선호했던 오바마 대통령 소통방식을 지금은 유약하고 소모적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정반대인 트럼프의 소통방식을 결단력있고 호소력있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액설로드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나이 많고 유약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후임으로 유권자들은 젊고 정력적이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선택했고 도덕적 흠결이 많았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 이어 청교도적인 이미지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뒤를 이은 것을 들었다. 같은 공화당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이어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레이건의 합리적인 성품과 대조적인 카리스마적인 부시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얘기다. 액설로드는 또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 굉장한 열정을 끌어내는 인물”이라며 앞으로 선거는 트럼프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의 말과 행동은 트럼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결집도 촉구하겠지만 결국 게임의 주도권은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에게 있다”고 평가했다. 액설로드 소장은 시카고 트리뷴 정치전문 기자 출신으로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 선거전략가로 활동했고 2009~2010년 백악관 선임고문을 거쳐 현재 시카고대 정치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성과가 민주당 집권에 유리”-앨런 리히트만 아메리카대 교수
앨런 리히트만 아메리카대 교수는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경제 성과가 올해 대선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임기 마지막해에 역대 최고 지지율을 지키고 있는 오바마 정부 성과가 민주당 재집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리히트만 교수는 현 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는 자신의 분석모델로 1984년부터 2012년까지 모든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맞춘 선거분석 전문가다.
리히트만 교수는 최근 프레스클럽 강연 등에서 “후보 개인 성품이나 선거운동은 당원들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당내 경선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본선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소”라며 “결국 선거 당일 유권자들의 마음은 현재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당에 대한 평가가 좌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4년 존 케리가 민주당 후보로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라”며 “개인적 성품이나 능력 등 모든 면에서 현직 대통령 조지 W 부시보다 낫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지만 당시 부시 행정부 성과가 나쁘지 않았고 유권자들은 한번 더 부시 대통령을 밀어줬다”고 설명했다.
리히트만 교수가 주목하는 집권당에 대한 평가항목은 역사에 남을 만한 정책을 남겼는가, 경제성장 속도가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충분히 빠른가, 외교·군사정책에 있어 괄목할 성과가 있는가, 집권기간 중 사회 혼란을 가져온 대규모 소요사태가 있었는가, 대통령 본인 또는 측근의 과도한 스캔들이 발생했는가, 양당체제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제3당이 존재하는가 등이다. 리히트만 교수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적 성과가 좋았고 집권 기간 중 대규모 테러나 소요사태가 없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리히트만 교수는 이 때문에 “현 국면에서는 올해 대선에서는 힐러리가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중 국가기밀을 개인 이메일로 사용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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