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계를 대표하는 기관인 ‘일본학술회의’가 2차 세계대전이후 줄곧 견지해 왔던 ‘군사적 목적을 위한 연구 거부’라는 원칙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아베 신조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신안보법 발효를 통해 ‘전쟁 가능한 나라’만들기에 노골적으로 나선 상태인데 여기에 일본 과학자들마저 적극 동참하는것 아니냐는 주변국들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학술회의가 지난 20일 간사회를 열고 ‘안전보장과 학술에 관한 검토위원회’를 설치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했던 ‘군사적 목적의 과학기술 연구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노선을 변경할 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학회는 지난 1950년 개최한 총회를 통해 “전쟁을 목적으로 한 과학연구에는 절대 따르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결의한 바 있다. 이후 일본물리학회 국제회의가 미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 자 1967년 총회를 열어 “군사목적을 위한 과학연구는 하지 않는다”며 비군사적 목적의 과학연구 원칙을 재확인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일정부가 군사·민수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듀얼 기술’ 연구를 추진하면서 학회의 기존 원칙이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로봇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 과거 원칙을 적용할 경우,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 학회 간사회가 방위성과 문부과학성 담당자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뒤 검토위원회 설치를 결정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토위원회 위원은 총 15명으로 군사적 연구에 대한 선을 어디까지 허용할 지, 방위성으로부터의 연구자금 수령이 합당한 지 여부를 논의한뒤 연내에 결론을 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2차세계대전 당시 과학자들이 전쟁에 협력해 희생을 키웠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대원칙을 반세기만에 바꾼다면 역사적 교훈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일정부는 최근 군사 목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방위성이 방위장비 용품에 적용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안전보장기술연구추진제도’를 가동, 대학교 등 9개 연구기관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일정부의 ‘제5기 과학기술 기본계획’도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R&D)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져있다.
오오니시 다카시 학회장은 “전쟁을 목적으로 한 과학연구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은 견지해야 하지만 자위(自衛)를 위한 연구까지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주변 상황이 변한만큼 과학자가 어떤것은 해도 되고 어떤것은 해서는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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