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에게 매달 2500 스위스프랑(300만원), 어린이와 청소년 등 미성년자에게는 매월 650 스위스프랑(78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스위스가 오는 5일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 안이 가결되면 스위스는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조건없이 지급하는 첫번째 국가가 된다. 기본소득보다 적게 버는 근로자는 부족한 차액을 받고, 수입이 없는 실업자는 기본소득을 통째로 받는다. 기본소득에는 세금도 붙지 않는다. 대신 일부 복리후생비는 기본소득에 흡수된다.
투표를 앞두고 스위스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일 것이란 의견과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우려섞인 시각이 맞서고 있다.
기존 정당과는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해온 지식인 모임은 2013년 10월 13만명의 서명을 얻어 10만명인 국민투표 요건을 충족시켰다. 이에 스위스 연방정부는 국민투표를 결정했다. ‘스위스에 도움이 되는’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모임은 기본소득이 헌법의 틀에서 모든 이에게 품격있는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반대’가 우세하다. 지난달 6일 스위스 미디어그룹 타메디아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은 33%에 불과한 반면 64%가 조건없는 기본소득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스위스 데모스코프 연구소 조사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기본소득을 받더라도 계속 일하겠다”고 했지만 10%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스위스 의회도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기본소득 안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간 2080억 스위스프랑(250조원)이 필요한데 기존 사회보장 예산을 줄이고 세금을 늘리는 것 외에는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면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는 “스위스는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수 있는 부자 나라”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단체는 “기존 복리후생 예산을 조정하면 실제 재정부담은 스위스 국내총생산(GDP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기본소득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전 세계가 부의 불평등 이슈와 씨름하고 있고, 기술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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