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도전하려 합니다”.
지난해 8월 구글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들에게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출범을 알리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알파벳 출범을 전후해 페이지의 구글은 무인자율차, 인공지능 ‘알파고’, 나노로봇 등 미친 짓에 가깝지만 인류를 흥분시키는 거대 프로젝트들을 줄줄이 실현시켰다. 지난해 경제매거진 포춘이 ‘올해의 CEO’로 페이지를 꼽으면서 ‘우주에서 가장 야심찬 CEO(The Most Ambitious CEO in the Universe)’라는 별명을 그에게 붙여준 이유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페이지가 또한번 ‘미친 짓’에 도전장을 냈다. 이번엔 ‘하늘을 나는 전기자동차’다.
블룸버그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가 ‘하늘을 나는 전기자동차’를 연구·개발하는 2개의 스타트업에 지금까지 1억달러(1156억원)를 투자했고 지금 극비리에 초기 모델이 시운전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지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지닷에어로’와 ‘키티 호크’. 지닷에어로는 지난 2010년 설립됐으며 완전 전기 방식의 소형 수직이착륙 비행기, 즉 ‘하늘을 나는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어떻게 보면 소형 비행기와 비슷하지만 활주로가 필요없고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해 ‘날으는 자동차’로 분류된다. 이 회사는 관련 특허를 이미 5년 전 제출한 바 있다. 제조 설비는 구글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지역의 미국항공우주국(NASA) 리서치센터에 갖추고 있다.
또다른 스타트업인 키티호크는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그램개발 주역이자 구글 비밀연구소 ‘구글X’를 만든 세바스찬 드룬이 CEO여서 더 주목받고 있다. 무인차 프로그래머가 프로젝트 참여한 이유는 이·착륙처럼 민감하고 고도 기술을 요하는 운행과정에 AI기술을 적용해 보다 안전하고 간편한 운행을 하기 위한 것이다.
페이지는 현재 캘리포니아 홀리스터에 있는 공항 격납고에서 현재 개발된 2대의 1인승 비행기를 테스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원형 디자인이며 또다른 하나는 ‘쿼드콥터 드론’의 거대 버전과 닮았다고 한다. 쿼드콥터 드론이란 프로펠러가 4개가 달린 드론을 뜻한다.
당초 지닷에어로는 구글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해 구글 자회사로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페이지 CEO의 순수한 개인 투자회사임이 드러났다.
페이지는 회사 2층에 개인 사무실 겸 주거공간까지 꾸며놨지만 “외부에 알려지 않게 해달라” 신신당부하면서 극비리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NASA 전문가들은 페이지의 이같은 비행자동차 기술이 5~10년내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프로젝트에 페이지가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는 건 사업 출발이 개인적 관심사에서 시작됐고 아직 성공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페이지는 전세계에서 12번째 부자로 순자산이 370억달러(약 43조원)다. 페이지는 지난해 룩셈부르크 정부의 우주의 소행성에서 백금 등을 캐는 일명 ‘우주광부’ 사업의 주요 개인투자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사업이 확실해지고 래리가 확신이 든다면 구글의 자원을 투입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6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을 함께 밟고 있던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세계최대 검색왕국 구글을 만든 페이지는 지난 2011년 CEO로 취임한 후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착수 5년 만에 현실화시켰고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알파고’의 존재를 올해 한국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렸다.
열기구 풍선을 활용해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과 ‘나노로봇’을 통해 신체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그의 작품이다. 페이지의 이같은 도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냉소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일부 주주들은 “돈 많은 부자가 돈 쓸 곳이 없어 정
그러나 페이지 대답은 간단하다. 그는 작년 주주서한을 통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며 “지금 냉소하는 그들이 사용하는 유튜브, 크롬, 안드로이드 등 구글 서비스도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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