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영국의 EU의 정식 탈퇴협상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EU관리들이 “즉각 탈퇴 절차를 개시하라”며 강하게 압박하는 반면 브렉시트 주도세력은 “급할 것 없다”며 늑장을 부리고 있어 EU와 영국 간 마찰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투표로 국론이 양분돼 혼란에 휩싸인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오는 10월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 주체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세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 외무장관들은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당장 탈퇴 절차를 시작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장 마크 아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영국은 리스본 조약 50조를 당장 발동해 탈퇴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은 예의바른 처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프랑크 발터 스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탈퇴 절차가 가능한 한 빨리 시작돼야 한다는 데 우리의 의견을 모아 불확실한 시간이 연장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장 클로드 융커 EU 상임의장 역시 “탈퇴 협상을 하기 위해 10월까지 기다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즉각적인 탈퇴 절차 개시를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영국의 탈퇴는 원만한 이혼이 될 수 없다”면서 쉽지 않은 길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했다.
EU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영국이 EU 탈퇴 공식 의사를 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는 안된다”며 빠른 절차 진행을 촉구했고,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만드는 것보다 쉽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이라며 영국을 비판했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원만하고 신속하며 체계가 갖춰진 탈퇴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우리는 몇 달 씩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 ”고 말했다.
EU는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를 대표해 영국과 탈퇴 협상을 인사들을 임명할 것을 지시, 준비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반면 영국은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탈퇴 캠페인을 주도했던 테레사 빌리어스 북아일랜드담당장관은 ‘옵저버’ 기고문에서 “리스본 조약 50조를 당장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이유가 없다”면서 “50조 발동 절차에 앞서 비공식 채널을 통한 협상이 필요하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당장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퇴파’들이 이처럼 늑장을 부리는 것은 국민투표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U 입장에서는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탈퇴 선언문을 전달하지 않는 이상 탈퇴 협상을 진행시킬 수 없는 신세다. 영국이 의도적으로 협상 시기를 미루더라도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케네스 암스트롱 케임브리지대 유럽법 교수는 “리스본 조약 50조는 철수를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일 뿐 당사자가 아닌 주체가 50조를 발동할 권한은 없다”면서 “특정 국가가 EU에서 철수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EU 변호사들이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앞당기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영국 보수당 내부의 싸움 때문에 유럽 대륙 전체가 인질로 잡혀 있다”고 말했다.
영국을 대표해 EU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왔던 조나단 힐도 25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영국을 대표해 집행위원직을 수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27일에는 28개 회원국 집행위원들의 회의가 예정돼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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