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로 촉발된 ‘쓰나미’가 정치권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브렉시트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국민 원성을 듣는데다 제러미 코빈 당수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되면서 분당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노동당이 지난 1935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빈 대표는 줄곧 EU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힐러리 벤 예비내각 외무장관과 잔류파 당원들 설득으로 뒤늦게 잔류 지지 운동에 뛰어들어 브렉시트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동당원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0월 물러난 뒤 보수당에 새 대표가 선출되면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예비내각 장관은 “현 체제대로라면 노동당이 100석도 빼앗길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총선에 대비해 코빈 축출을 시도했던 벤 예비장관은 결국 해임됐다. 그러자 이에 반발해 11명의 동료의원과 예비내각 장관들이 연이어 사임 의사를 밝혀 당이 내분에 시달리고 있다. 벤 예비장관은 “코빈은 점잖고 훌륭한 사람이지만 리더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코빈이 대표로 있는 한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BBC에 따르면 27일 의원총회에서 코빈 대표 불신임안이 논의되고, 28일 비밀투표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코빈 대표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나를 뽑아준 사람들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노동당의 리더십을 바꾸기 원하는 자들은 민주적인 선거 절차를 통해 맞서야 하며 나도 그 선거에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필두로 브렉시트를 이끌어낸 ‘탈퇴파’들도 코너에 몰리긴 마찬가지다. 존슨 전 시장은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이민자에 대한 통제는 강화하면서 EU라는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은 여전히 유지할 수 있다는 모순된 주장을 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일주일에 3억5000만파운드씩 지출했던 EU 분담금을 국민보건서비스(NHS)로 돌리겠다고 탈퇴 캠페인 세력들도 국민투표가 끝나자 공약 실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은 “EU에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돈이 생길 것이고 NHS 같은 곳에 우선적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영국 일부 언론은 영국에서 믿을 만한 정치인은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밖에 없다는 기사도 내놓고 있다. 스터전 수반은 압도적 다수가 잔류를 지지한 스코틀랜드 국민들을 대표해 의회에서 탈퇴를 거부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히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그는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브렉시트 법에 대해 입법 동의를 거부해줄 것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영국에서는 사흘째 재투표 청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시간 27일 오전 기준으로 이미 360만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가세해 재투표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블레어 전 총리는 BBC에 출연해 재투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지 모르겠다”면서도 “가능성을 왜 배제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국민들이 재투표에 대해 생각해보길 원하고 의회도 이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혼란을 더 부추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 청원으로 재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의회에서 논의될 수는 있지만 특정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까지는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앨런 렌윅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 헌법학 부학장은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한 의회 투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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