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영국에서 아일랜드 여권 신청이 폭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여권을 취득해 역내 이동의 자유 등과 같은 혜택을 누리려는 영국인들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날 찰리 플래너건 아일랜드 외부장관은 “지난 24일 브렉시트로 투표결과가 확정된 이후 아일랜드 여권 신청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일랜드 외무부는 “여권 신청이 폭증하면서 영사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청 건수 등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브렉시트 투표 전 플래너건 장관은 “영국과 북아일랜드 국적자들의 아일랜드 여권 신청이 다소 늘었다“며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영국 거주자들의 여권신청 건수가 4000건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을 빗나간 여권신청 폭증 사태에 아일랜드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26일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 우체국에 비치된 여권신청서는 모두 동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얼스터 연합당 당원들조차도 아일랜드 여권 신청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스터 연합당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보다는 연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북아일랜드의 친영국계 정당이다. 그러자 플래내건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국민들은 여전히 EU 회원국으로서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며 “하지만 불필요하게 아일랜드 여권신청이 늘어나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FT는 “EU 회원국 국민들은 다른 EU 회원국에서 취업 및 유학, 여행하는데 있어 절차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여권을 취득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아일랜드 여권을 신청하고 있는 영국인들은 조상이 아일랜드 출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1998년 북아일랜드 분쟁이 마무리 된 이후 ‘굿프라이데이 협정’(Good Friday Agreement)이 체결됐다. 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거주자의 경우 아일랜드와 영국 여권을 동시에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아일랜드 국적법에 따르면 아일랜드에서 출생했거나 부모가 아일랜드 국적인 경우 자동으로 아일랜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나아가 조부모가 아일랜드 국적이면 아일랜드 여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FT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거주자 180만명 가운데 50~60만명이 아일랜드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내 아일랜드 혈통을 가진 사람은 6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북아일랜드는 ‘유럽연합 잔
닐 리치몬드 더블린 통합아일랜드당 상원의원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EU 회원국 여권을 소지하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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