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대형은행들이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업체 부도사태, 마이너스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 등 다양한 경영악재에 더해 지난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악화된 실적은 곧바로 주가 하방압력으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팩트셋 조사 자료를 토대로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요 대형은행 20곳의 시가총액이 올들어 4650억달러(540조원)나 쪼그라들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초 대비 4분의 1 가량 시가총액이 사라진 것이다.
달러 기준으로 올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곳은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우니크레디트로 64%나 급락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시가총액도 반토막(56%)이 났고 크레디트스위스(-50%), 도이치뱅크(-47%), 바클레이즈(-47%)의 시총 하락폭도 컸다. UBS, 소시에테제네랄, 미츠비시UFJ, BNP파리바 등의 시가총액도 20~30%가량 급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 주가는 장중 11.33유로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로 밀려났고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9.92스위스프랑으로 10스위스프랑을 처음으로 밑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 시가총액이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지역은행인 썬트러스트은행 시총보다도 낮다”고 전했다.
HSBC는 2009년만 해도 전체 직원수가 30만명을 넘었지만 지난해 말 25만5000명으로 5만명 가량 줄어들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28만4000명에서 7만여명이 감소했다. 영국계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같은 기간 18만여명에서 9만여명으로 확 감소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 등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된데 따른 수익성 악화때문에 대형은행들이 브렉시트 쇼크 전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 때문에 독일 은행들이 지난해 입은 손실은 2억4800만 유로(약 2900억원)에 달한다. .이탈리아 은행을 포함한 일부 은행들의 부실여신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NPL) 규모는 전체 유럽 은행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600억유로(약 462조원)에 달한다. 브렉시트 부작용이 확산되면 방대한 부실채권이 휴짓조각으로 변하면서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이탈리아 주식시장에서 은행업 주가지수는 올 들어 반토막 났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7일(현지시간) HSBC, 바클레이즈, 로이즈 등 영국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S&P는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 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결국 영국 은행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국영투자기업인 테마섹홀딩스도 흔들리고 있다. 테마섹의 자산가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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