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양 영향력 확대와 미중간 패권경쟁의 방아쇠를 당길 남중국해 판결이 12일 내려진다.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2013년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중재안에 대한 심의를 마무리고 1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그동안 줄곧 PCA의 재판권을 인정하지 않고 “판결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중국은 PCA가 필리핀 손을 들어주더라도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 등을 통한 실효지배를 강화하고 미국, 필리핀 등에 대한 강경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해 필리핀, 베트남 등 분쟁당사국과 미국, 일본 등은 판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강화 공세를 저지하고 군사협력을 통해 맞불을 놓을 전망이다. 특히 판결을 앞두고 한미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고 일본 아베정권이 총선에서 개헌에서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해 아시아 안보지형이 격랑에 빠져들게 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두가지다. 문제가 된 남중국해 영유권이 어느 나라에 있냐는 것과 인공섬 매립과 같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조치가 적접하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PCA가 이번에 영유권에 관해선 판결하지 않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조치에 대해서만 위법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이 이미 건설해놓은 인공섬과 활주로 등을 철거하거나 향후 남중국해에서 그같은 영유권 강화조치를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PCA 판결에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PCA 재판권이 없음을 주장하고 판결을 무시하는 전략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여론전을 추진하고 있다. 무턱대고 판결을 무시할 경우 동남아국가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미국과 일본 등의 군사행동에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올들어 숨가쁜 정상급 외교를 통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지 60여개국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입장을 지지하고 제3국, 즉 미국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미국 정책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힌 나라는 레소토와 아프가니스탄 등 8개국에 불과하다. 중국은 지난 10일에도 해양법과 국제법 분야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을 동원해 국제기관 등에 대한 선전전에 나섰다. 국제사회 전문가 수백명을 상대로 중국 입장을 설명하고 PCA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서신을 보낸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매립한 인공섬에 대한 실효지배 강화조치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점유하고 있는 4개 인공섬에서 최근 등대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10일 닝보에서 ‘중국 항해의 날’ 기념포럼을 열고 현재 스프래틀리군도에 건설중인 5개 등대중 4개가 이미 완공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11일은 중국이 명나라 정화의 남해원정 600주년을 기념해 2005년 제정한 중국 항해의 날이다.
이들 5개 등대는 높이가 50∼55m에 이르며 직경 4.5m 대형 회전식 등기를 갖추고 불빛 도달거리가 22해리에 이른다. 교통운수부측은 “중국의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등대를 설치했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항해 보장, 해상 수색구조, 항행안전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남중국해 판결을 앞두고 미국 등이 주장하는 ‘항행 자유’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남중국해를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기 위해 등대를 가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할 경우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대한 공세 고삐를 죄고, 필리핀 베트남과 함께 중국 봉쇄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해상 합동훈련을 부쩍 강화하고 있고, 베트남에 대해선 40년만에 무기금수 조치까지 해제했다.
중국 역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판결 직전인 11일까지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서 대규모 해상 군사훈련을 통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남해, 동해, 북해함대 등 중국 해군의 3대 함대와 군함 100여척, 항공병단, 잠수함 등이 투입된 이번 훈련은 중국군이 남중국해에서 실시한 훈련 중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번 훈련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국방개혁을 단행한 뒤 실시한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이자 새로운 연합작전지휘체계가 완성되고 나서 전개된 첫 ‘적응훈련’이기도 하다. 특히 우성리 해군총사령관을 비롯해 상장(대장)급 4명이 이번 훈련을 직접 지휘한 것은 시주석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응해 미국도 남중국해 인근 필리핀 동쪽 해역에서 태평양함대 소속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항공모함 2척을 동원해 해상정찰 작전을 펼치는 등 두 강대국의 군사적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PCA 판결 이후 눈여겨볼 대목중에 하나는 필리핀의 행보다. 과격한 언행으로 ‘필리핀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신임 대통령이 판결을 근거로 중국에 대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갈지 중국과 타협에 나설지 여부에 따라 남중국해 갈등 양상은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가 경제협력 등을 대가로 중국과 타협을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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