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선전장관 파울 괴벨스의 비서였던 한 독일 여성의 이야기가 세간에 공개됐다.
영국 가디언지는 나치 비서로 일했던 브룬힐데 폼젤(105)과의 단독 인터뷰를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지는 생을 마감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곤 하지만 폼젤에게선 그런 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폼젤은 “나는 괴벨의 사무실에서 타자를 치고 서류 작업을 했을 뿐”이라며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말 몰랐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녀는 “지금 와서 당시 나치에 맞서서 대항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시력을 잃고 죽음이 가까웠음을 예감하고 있다는 폼젤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모든 중요 안건은 비밀리에 처리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러시아 병사들에 강간을 당한 독일 여성들의 숫자를 부풀렸던 것은 기억이 난다”며 “그치만 그것도 그냥 하나의 업무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괴벨스가 종종 무실에 들릴 때면 궁금했던 것들을 모아뒀다가 질문했고 그는 매우 친절하게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폼젤은 그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녀는 “엄청난 전염병만이 날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치당에서 일하다가 1942년 선전국으로 옮길 때 나는 내가 타이핑을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아픈 기억은 있었다. 종전 60년이 지나고서야 폼젤은 유대인 초등학교 친구의 생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홀로코스트 희생자 명단에 내 친구 이름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1945년 죽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며 “그보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그 명단이 너무나도 길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폼젤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당시 나치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홀로코스트와 같은 거대 사업을
폼젤은 독일의 2차세계대전 패배 이후 실형을 선고받아 독일 곳곳의 감옥에서 몇 년을 보냈다.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 져먼 라이프(A German Life)’는 올해 뮌헨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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