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와 도이체방크, 산탄데르, BNY멜론 등 세계 굴지의 4개 대형은행이 새 형태의 디지털통화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 비트코인을 구동하기 위해 고안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토대로 기존 금융거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위해서다. JP모건과 씨티 등 월가 대형은행들이 개별적으로 디지털통화 개발에 나선데 이어 유럽과 미국은행 연합군이 디지털통화 업계 기준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가 주도해온 ‘유틸리티 결제 코인’ 프로젝트에 독일 도이체방크,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미국 BNY멜론 등 대형은행과 글로벌 금융중개업체 ICAP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통화를 통해 실물 화폐와 증권이 오고가는 자금 이체과정 없이 주식·채권과 같은 증권 거래를 손쉽게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오는 2018년초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하는 디지털통화를 활용, 자금이체·결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거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가되는 금융 결제·청산에 따른 수수료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은행과 은행간 거래에는 결제와 청산 기능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 개입해야 한다. 은행간 모든 거래는 중앙은행 계정을 거쳐야 정산이 끝난다는 얘기다. 은행과 다른 금융회사(증권·캐피털사 등)간 거래에선 ‘제3의 시중은행’이 가세해 청산소 기능을 중계해준다. 2금융권은 중앙은행 계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금융거래는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청산소를 매개체로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래 비용이 수반되고 결제에 시간이 걸린다. 금융전문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금융회사들의 청산·결제 거래에 소요되는 총 비용은 연간 650억~800억달러(73조~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통화 거래는 이같은 수수료와 시간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특정기관 중앙 서버가 아닌 개별 네트워트에 거래 기록을 분산하고 각 참가자들이 함께 기록을 공유·관리하는 체계다. 이처럼 분산되고 개방된 공동 장부관리를 통해 거래 대상자들이 각각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청산소를 통한 ‘제3자의 공증 절차’가 불필요해진다. 금융거래 수수료와 복잡한 거래 프로세스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훌리오 파우라 산탄데르 연구개발 담당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현재 은행과 타 금융기관간 거래는 번거롭고 시간과 비용을 초래하며 모든 은행들이 이를 지원하는 담당 직원들을 둬야할 형편”이라며 “이걸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통화 공동개발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탄데르은행은 금융권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해외송금, 증권거래 등과 관련해 들어가는 인프라 비용을 오는 2022년까지 연간 150억~200억달러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모든 거래 기록에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만큼 거래 투명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거래 활성화와 규제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매력은 이같은 비용 효율성뿐 아니라 해킹의 위험성을 줄여 신뢰성도 높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정보가 집중된 중앙시스템에 접근할수만 있다면 해킹이 가능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거래시스템의 경우, 정보가 각지에 분산돼있기 때문에 해킹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보 분산을 통해 보안성을 더 높인 셈이다. 거래정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블록체인 특성도 보안성을 강화시킨다.
세계 금융권의 디지털통화 구축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씨티그룹은 자체적으로 디지털통화 ‘씨티코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세틀코인’으로 불리는 디지털통화 기술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JP모건도 가상 디지털통화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지난해 미국 나스닥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체인닷컴과 공동으로 비상장 장외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했고 일본증권거래소도 블록체인 기반 장외 주식거래를 도입에 올인한 상태다. 호주증권거래소는 지난해 미국 디지털에셋홀딩스와 블록체인 관련 증권거래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월가 금융기관 관계자는 “은행들이 전통 금융거래 방식만 고수하다가는 새로운 핀테크 트렌드에서 금방 도태될 수 있다”며 “점차 다가오고 있는 금융혁명기에 살아남기 위한 금융권의 몸부림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거래 안정성과 파급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와 영란은행 같은 중앙은행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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