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수난시대.’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악재를 만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 고속도로에서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능을 이용하던 운전자가 트럭 추돌사고로 사망한 데 이어 머스크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민간 우주항공 사업에서도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세계인의 큰 관심속에 머스크가 추진하던 사업에서 동시다발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혁신적인 사업가’이라는 명성도 상당히 금이 갔다.
머스크에게 9월 1일(현지시간)은 지우고 싶은 날이 될 듯 하다. 일론 머스크의 ‘악몽’과 같은 하루는 아침일찍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쯤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팔콘9’ 이 폭발했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인근 건물의 유리가 흔들리고 굉음이 울릴 정도로 대형 폭발 사고였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가 지난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항공 기업이다. 로켓과 우주선을 개발하고 발사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작업은 과거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전유물이었으나 스페이스X 등 기업에 의해 민영화됐다. 팔콘9은 한번 쓰고 버리는 로켓과 달리 1단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우주 왕복에 필요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우주 산업 발전에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회수, 재활용이 가능한 팔콘9 기술로 인공위성 발사는 물론 민간 우주여행 사업, 화성 착륙 까지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이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이 폭발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통해 “로켓에 연료를 넣는 도중 산소 탱크 윗 부분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즉각 수습에 나섰지만 스페이스 X의 로켓 기술과 함께 머스크의 우주 비전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로켓 폭발로 그치지 않는다. 이 포켓에는 페이스북의 첫 인공위성이 탑재 돼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이틀후인 오는 3일 페이스북의 인터넷 사업을 위한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로 쏴 올려질 계획이었다. 페이스북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지역 등 인터넷 사각지대에 무료 인터넷 보급을 위해 이 인공위성을 5년간 9500만달러(약 1066억원)에 임대했다. 전 인류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의 꿈이었다.
팔콘9 로켓 폭발 소식을 듣자 마크 저커버그는 즉각 유감을 나타냈다. 케냐 나이로비를 방문 중이던 저커버그는 이날 “스페이스X의 폭발 사고로 우리 위성이 손실됐다는 소식에 매우 실망했다. 이번 위성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사업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접속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오후엔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 및 대주주로 있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 두 회사 주가가 크게 빠지기 시작했다. 테슬라와 솔라시티 합병을 발표한 후 테슬라의 자금난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자로 테슬라가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테슬라가 올해 3분기에만 채권자들에게 4억2200만달러(약 4716억원)를 지급해야 하며 올 연말에도 추가로 자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는 현재 건설 중인 차세대 배터리 전용 공장 ‘기가팩토리’에 거액이 투자되고 있는데다가 최근 솔라시티와의 합병으로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테슬라는 14 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5.3% 하락했다. 지난 한 주간 테슬라의 주가는 11% 가까이 떨어지면서 지난 6월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최악의 한주를 보냈다. 테슬라의 주간 수익률은 5주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지분 3100만주를 가지고 있는데 이날 테슬라 주가 하락으로 하루에만 3억5000만달러(3930억원) 손실을 입었다. 자금난의 진원지인 솔라시티의 주가도 9.1% 떨어졌다. .
테슬라의 성공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일론 머스크는 지난 5월 모델S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다가 흰색 대형 트렉터를 들이받아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오토 파일럿 기능이 안전하지 않다는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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