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0시(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오후 2시) 뉴햄프셔주 북부 딕스빌 노치에서 첫 투표가 시작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운명을 가를 45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다. 선거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4%포인트 안팎으로 앞서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가 힐러리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여전히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현지시간 6~7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힐러리에 우호적이다. ABC와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발표한 여론조사(11월3∼6일·2220명) 결과에 따르면 힐러리와 트럼프는 각각 47%와 43%의 지지율을 기록해 4%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2.5%포인트다.
다른 조사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CBS-뉴욕타임즈(NYT) 조사에서 힐러리가 45%, 트럼프가 41% 지지율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NBC-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입소스, 폭스뉴스, 유고브 등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모두 4%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앞섰다. 힐러리는 블름버그 조사에서는 3%포인트, 몬머스대 조사에서는 6%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앞섰다.
트럼프가 앞선다는 조사 결과도 일부 나왔다. 경제전문매체 IBD와 여론조사기관 TIPP의 조사로 트럼프가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정치전문 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이런 모든 조사를 종합집계해 산출한 평균 지지율 격차는 2.9%포인트(47.2%대 44.3%)로, 지난주보다 조금 더 벌어졌다.
경합주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뉴햄프셔와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의 경합주에서 힐러리가 다시 격차를 벌이고 있다. 한때 초경합주로 분류됐던 뉴햄프셔의 경우 힐러리가 49% 지지율로 트럼프를 11%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조사(뉴햄프셔대학 서베이센터)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도 힐러리가 앞서나가고 있다. NBC 방송은 경합주 여론조사 흐름을 토대로 힐러리가 현재 274명, 트럼프가 대 170명을 각각 확보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승패가 불문명한 경합주 선거인단 94명을 제외해도 힐러리가 이긴다는 지적이다. 전체 선거인단은 538명으로, 이 가운데 270명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승리한다. CNN은 경합주 선거인단 66명을 제외하고 힐러리가 268명, 트럼프가 204명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했다. WP도 힐러리가 275명, 트럼프가 215명을 확보해 클린턴이 백악관에 입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선거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9일 오전 9시~10시 사이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9시 버지니아와 조지아주, 9시 30분 오하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10시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뉴햄프셔·미시간 등 동부 경합주의 투표가 차례대로 마감되고 투표 마감과 함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WSJ은 버지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뉴햄프셔, 플로리다 등 6개 주의 초기 개표 결과가 대선 결과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버지니아의 경우 힐러리 우세지역에서 막판에 경합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으로, 힐러리가 이곳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할 경우 선거 결과는 예측 불허의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도 눈길을 끈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라는 게 WSJ 분석이다. 조지아주는 흑인 유권자 비중이 무려 31.7%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평균(13.3%)의 2.4배다. 힐러리는 조지아에서 패배하더라도, 여론조사보다 지지율 격차가 작을 경우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흑인이 히스패닉과 더불어 힐러리의 주 지지층인만큼 조지아에서 지지율 격차가 예상보다 작다는 것은 흑인 투표율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지난 대선에 비해 부진한 흑인 투표율로 고전해온 힐러리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반대로 힐러리가 조지아에서 큰 격차로 패한다면 이는 곧 흑인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의미로, 선거 막판 트럼프가 맹추격을 벌였던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주도 위태로울 수 있다.
뉴햄프셔는 대졸 이상 백인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대졸 이상 백인은 힐러리의 주요 지지층인데, 뉴햄프셔에서 트럼프가 이기거나 패하더라도 격차를 크게 좁히면 트럼프가 대졸 이상 백인들로부터도 지지를 얻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
트럼프는 경합주 중 선거인단 규모가 최대인 플로리다와 ‘러스트 벨트’ 표심의 풍향계인 오하이오, 남부권 공략의 교두보인 노스캐롤라이나 중 한 곳이라도 잃으면 승리가 어렵다. 반대로 힐러리는 이 곳을 뺏으면 선거인단 수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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