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포 현실화? 멕시코 제품에 35% 관세부과 추진…현지 韓 기업 '비상'
↑ 사진=MBN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하고 200일 이내에 탈퇴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프타 회원국인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기아차를 비롯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본사와 함께 나프타 향후 정책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저렴한 인건비 등 투자 환경이 유리한 데다가 나프타의 혜택인 무관세로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나프타가 개정되거나 폐기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나프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국이 무관세 등 광범위한 자유무역을 추진하기 위해 1992년 체결한 협정으로 1994년부터 발효됐습니다.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ㆍ전자 업종 기업들의 대부분은 생산물량의 70% 이상을 미국 등 북미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나프타 변화 정책에 가장 예민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기아차입니다.
기아차는 누에보 레온 주 페스케리아 시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올해 5월부터 준중형차 K3(현지명 포르테)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부품 협력사 10여 곳도 멕시코에 동반 진출했습니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 중 20%는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80%는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80여 국가에 수출할 예정입니다. 내년부터는 60%를 미국 등지에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준공을 계기로 북미와 중남미 다수 국가에 무관세 판매가 가능해진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남미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와 함께 북미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었습니다.
멕시코는 나프타를 비롯해 일본, 유럽 등 49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최적의 자동차 수출 전략기지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기아차는 연말까지 멕시코 공장에서 K3 10만대를 생산하고, 앞으로 연간 4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려나갈 참이었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나프타 재협상ㆍ폐기라는 복병을 만난 셈입니다.
기아차는 트럼프의 나프타 재협상ㆍ폐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신중한 모습입니다.
트럼프가 멕시코산 제품에 3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어떤 규정에 따라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살펴보면서 대응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나프타 관련 규정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당장은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사실관계 등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멕시코가 경제적으로 밀접히 연관된 데다가 상호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보복 관세 등의 우려에도 트럼프가 미국만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공장 4곳을 운영하며 내수판매에 주력하는 포스코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작지만, 나프타의 변화로 대미 수출 관세가 올라간다면 가장 큰 수요처인 멕시코 자동차 업황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내수판매 감소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등 2곳에 냉장고와 TV 생산공장이 있는 삼성전자도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를 예상하기가 불투명하고 혼란스럽지만 차분하게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제품의 경우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없는 데다가 내수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이 현실화되면 멕시코 경제가 위축돼 달러 강세로 인한 멕시코 페소 환율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금융당국이 달러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금리를 인상하면 물가가 오르면서 내수 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지 시티바나멕스 은행은 트럼프 당선 이후 내년 경제성장률을 1%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말까지 내수위축에 앞서 멕시코 소비자들이 휴대전화 선구매에 나서겠지만, 내년 1분기부터는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판매량이 상당히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소비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멕시코산이나 중국 등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나프타 탈퇴 등 무역정책을 원안대로 무리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관세율이 높아진다면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도 대미 수출 감소와 함께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판매 감소라는 이중고가 예상됩니다.
멕시코 멕시칼리와 레이노사 등지에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LG전자도 당분간 사태를 예의주시하자는 입장입니다. LG전자 역시 대부분의 생산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한두 달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면서 "트럼프 공약이 현실과 동떨어진 게 많으므
멕시코 현지 언론은 나프타 공약 폐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일부만 개정되거나 현실에 맞게 수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만약 폐기되더라도 최소 6개월에서 2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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