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의 마지막 공산주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세상을 떠났다.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26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피델 카스트로가 25일 밤 10시29분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반항아에서 청년 시절 혁명가로, 그리고 쿠바의 독재자로 살아온 피델 카스트로는 냉전시대 옛 소련과 미국 양대 초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쿠바를 국제정치의 중심으로 부각시킨 인물이다.재임 중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며 미주 대륙 유일의 공산국가를 이끌기도 했다.
1926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피델 카스트로는 인권변호사와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1959년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 게바라 등과 함께 공산혁명을 주도해 바티스타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쿠바의 총리로 올라섰다. 이어 1965년 쿠바 공산당 제1서기에 취임, 쿠바를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탈바꿈시켰다.
시가와 턱수염, 그리고 아디다스 체육복으로 상징되는 피델 카스트로는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실시해 사회주의 국가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혁명에 성공한 이후 미국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턱수염을 자르지 않을 생각이다. 좋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완수하면 그때 턱수염을 자를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의 신념을 대변한다. 미국의 경제봉쇄 속에도 쿠바의 의료기술과 인재들의 우수성이 세계 수위를 차지한다는 점은 그의 혁명에 대한 신념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핵 미사일 배치를 시도하다 세계를 핵 전쟁 공포에 몰아넣은 장본인이기도 하며, 부유층을 중심으로 정적들을 대규모로 숙청하며 난민을 양산해 인권탄압의 표상이라는 오명도 갖고 있다.
2011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공산당 제1서기직을 넘기기까지 장장 52년 2개월이라는 집권 기록을 남겨 군주를 제외한 20세기 지도자 중 최장 집권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쿠바는 중남미 좌파혁명을 지원하고 구 소련과 우방으로 지내면서 미국과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겼었다. 이 과정에서 피델 카스트로는 숱한 암살 위협을 받았다. 신화통신은 그가 637회의 암살 공모와 164회의 실제 암살 시도를 딛고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피델 스스로도 “올림픽에서 암살에서 살아남는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은 내 것”이라고 했다.
쿠바는 1961년 4월 미국의 피그만 침공을 격퇴해 군사적으로 승리했으며 1962년 10월에는 옛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로 미국과 갈등이 극에 달해 핵 전쟁 위기로 치달았다.
양국은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2기인 2014년 12월 53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선언했다. 지난 해 8월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이 재개설됐고, 올해 2월에는 두 나라를 오가는 정기 항공노선까지 개통됐다. 지난 3월에는 쿠바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간의 미-쿠바 정상회담이 88년만에 이뤄졌다.
쿠바의 실권자로 군림했던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으로 향후 쿠바의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 변화가 예상된다. 형의 그늘에서 벗어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경제분야에서 통제 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성과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경제적 성장이기 때문이다. 쿠바 전문가들은 “라울 카스트로가 실용적이지 않은 공산주의 정책을 제거하고 시장경제시스템을 상당히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여의치 않다.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추구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쿠바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월 선거 유세에서 “카스트로 정권이 정치·종교적 자유, 정치범 석방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양국의 국교를 정상화한 행정명령을 뒤집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올해 85세인 라울이 2018년에는 권좌에서 내려오겠다고 공언한 만큼 쿠바 내 신·구 세력간에 권력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쿠바 정부는 9일간의 애도기간을 거쳐 내달 4일 피델 카스트로의 장례식을 연다고 밝혔다. 유골은 유언에 화장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산타 이피헤니아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28~29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 호세 마르티 기념관에서 열리는 추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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