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운동 내내 각을 세웠던 실리콘밸리와 화해를 시도하고 나섰다.
이는 적대적 관계였던 월가에서 재무·상무 장관을 지명하는 등 대거 등용하며 당선 후 화해를 시도하는 모습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IT업계를 포용하고 나설 경우, IT업계의 숙원인 인도 중국 등 외국인 인력 고용과 이민 문제 등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아지트인 트럼프타워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것이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는 IT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약속한 500억 달러 투자도 대부분 IT업계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오는 14일 뉴욕에서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인들을 만난다. 이번 회동이 트럼프와 실리콘밸리가 화해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 USA투데이는 “힐러리 지지성향이 강했던 실리콘밸리와 트럼프가 관계 개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초청장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인수위원회 집행위원인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의 서명이 담겼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기업이 힐러리를 지지하는 가운데 홀로 트럼프를 지지하며 125만달러를 기부한 인물이다.
전체 초청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리콘밸리 대표기업인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이 포함됐으며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가 참석의사를 밝혔다. 대선기간 힐러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맥 휘트먼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CEO는 불참한다.
IT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우호적 제스처가 향후 실리콘밸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온 트럼프 공약의 변화 조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선기간 중 트럼프는 제조업 일자리 창출 공약을 앞세워 쇠락한 제조업 지역인 ‘러스트벨트’ 표심을 잡는데 주력했지만,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결국 IT분야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IT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IT업계는 특히 인도 중국 등 외국인 인력을 대거 고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과 디자인은 미국에서 하지만 생산은 해외 공장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향후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과 통상정책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이민정책 완화가 예상된다. 대선기간 중에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실리콘밸리와 이민자 차단을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 사이의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건설, 비자발급 기준 강화, 엄격한 입국심사 프로세스 도입 등을 공언했으나 당선 이후에는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월가에 대한 규제완화 선언도 실리콘밸리에 호재다.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로 스타트업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지지하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최근 트럼프가 다소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다.
타임워너와 AT&T 합병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트럼프는 타임워너와 AT&T 합병은 통신과 미디어의 힘이 한 곳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며 반드시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그러나 최근 각종 M&A(인수·합병)에 대해 편견없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기존 공약에서 한층 누그러진 것이다.
1억4000만명 휴대전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 최대 통신사 AT&T는 지난 10월 케이블TV와 뉴스채널 등을 보유한 미디어기업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에 인수키로 한 바 있다.
트럼프가 반독점 정책과 관련해 공화당의 전통적인 시장주의자인 조슈아 라이트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일한 친기업
실리콘밸리는 진보 성향이 강해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비난을 주고 받았으며 트럼프 당선 후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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