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군부 쿠데타를 무산시킨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술탄(오스만투르크제국에서 정치·행정·군사상 실권을 쥔 통치자)’ 등극이 눈앞에 다가왔다. 대통령 중심제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이 의회에 제출됐기 때문이다. 다만 쿠데타 이후 악화하는 경제침체가 에르도안의 술탄 등극을 가로막을 장애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3분기 터키 국내총생산(GDP)는 전년 동기대비 1.8% 감소했다.
터키 경제 상승률이 마이너스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지난 7년여간 5%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터키는 쿠데타 이후 정정불안으로 인해 내수와 관광 모두 급격히 위축됐다.
군부 쿠테타 기도 이후 정부의 반대파 숙청 등으로 공포 정치를 펼치면서 터키인들의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다. 3분기 터키의 소비는 연간으로 환산했을 때 3.2% 감소했다. 이 기간 정부 지출이 23.8%나 늘었지만 경제는 경제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체 GDP에서 1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침체도 터키 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해 3620만명을 기록한 관광객 수는 잇단 대형 테러로 인해 올해 30~40% 가량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침체는 에르도안의 장기집권 야심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그의 지지율은 50%가 넘는다. 지지율의 바탕에는 매년 5% 수준의 높은 성장률이 있었다. 이러한 민심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안을 밀어붙였다.
터키 집권여당 정의개발당(AKP)은 지난 10일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9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이번 개헌안의 핵심은 터키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터키는 헌법상 의원내각제이지만 실상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정의 1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해 실질적 1인자 역할을 보장받으려는 것이다.
터키는 대통령 5년 중임제다. 2014년 8월 당선된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임기가 2024년까지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2019년 대선부터 다시 중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만 이기면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헌법상 개헌을 하려면 의회에서 전체 550석의 3분의 2인 367석을 확보하거나, 5분의 3인 330석의 동의를 얻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된다. AKP는 우호정당 지지를 얻어 총 356표를 확보한 상태로 국민투표 통과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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