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발빠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한이 속해있는 후베이성의 다른 지역까지 도시 봉쇄를 확대하는 등 강력한 차단 조치에 나섰다. 급증하는 환자들을 격리 수용해 치료하기 위해 우한에 1000개 병상을 갖춘 응급병원도 서둘러 건설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4일 우한 폐렴 사망자가 26명으로 급증했고 확진자 수도 860명을 넘어섰다. 전날인 23일 하루에만 259명의 환자와 8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지금까지 보고된 의심 환자는 1072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폐렴의 진원지인 우한과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와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와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24일 기준 사망자는 후베이성이 24명이며, 허베이성과 헤이룽장성에서도 각각 1명씩 나왔다. 네이멍구, 산시, 간쑤, 신장 등에서도 첫 환자가 나오면서 서부의 티베트와 칭하이성 등 2개 지역을 제외한 중국 전역이 우한폐렴의 영향권에 들었다.
우한시 환자만 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정부는 전날 새벽 전격적으로 도시 봉쇄령을 내려 외부로 통하는 항공편·기차 등과 시내 대중교통을 멈췄다. 온라인 매체 제?에 따르면 우한 외에도 인근의 황강, 어저우와 삼국지 적벽대전의 무대인 츠비(적벽)을 비롯해 셴타오, 즈장, 첸장 등을 포함 후베이성에서 모두 12개 지역이 이날 낮 12시까지 기차역 폐쇄 등 도시 봉쇄지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맞아 이미 많은 사람이 고향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떠났기 때문에 방역의 적기를 놓쳤다고 일부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봉쇄조치 이후에도 우한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환구시보는 악의적으로 우한을 떠나 바이러스를 전파하면 형법에 따라 최고 징역 7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우한시는 이날 의료격리를 위해 1000개 병상을 갖춘 응급병원의 건설에 착수했다. 다음달 3일까지 완공해 환자들을 격리할 예정이다. 이는 베이징시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하던 2003년 4월 샤오탕산에 1천개 병상을 수용할 수 있는 건축면적 2만5천㎡ 병원을 일주일 만에 긴급히 세운 것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를 팀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응급 과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재정부는 후베이성의 방역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10억위안(약 1700억원)을 긴급히 배정했다.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마카오 당국은 춘절이후 우한폐렴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관내 카지노 운영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화권 밖에서도 의심 환자가 소폭 늘어났다.
전날까지 공식 집계된 확진 환자는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각각 1명, 태국 3명, 필리핀 4명, 싱가포르 7명 등이었다. 그러나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에서 우한을 방문했던 한 대학생이 의심 환자로 분류돼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도 워싱턴주 시애틀 확진에 이어 의심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우한시에서 입국한 4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고 도쿄도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날 발표했다. 베트남에서도 중국인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베트남인 의심 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해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한에서 공부하다 1주일 전쯤 하노이로 귀국한 베트남 여학생과 베트남 북부 중국 접경 지역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이 의심증상을 보여 국립병원에 격리된 채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우한에 남아있는 500명 가량의 교민과 유학생들을 상대로 귀국 방안에 대해 수요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이날 위챗 계정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귀국하기를 원하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한을 출발하는 항공기, 기차가 모두 중단됐고 우한을 빠져나가는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도 봉쇄된 상황이어서 중국 측의 협조가 필요하다. 우한 총영사관 측은 교민 등이 우한을 떠날 수 있도록 전세기 외에도 전세버스 등 가능한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시간) 우한 폐렴과 관련해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WHO는 이틀간 긴급 자문위원회를 연 뒤 "국제적으로 우려하는 공중보건 긴급사태로 간주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며 "중국 외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사람간 전염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 바이러스가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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