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팬더믹'(세계적 유행병) 수준까지 번지면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암울한 관측이 쇄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기존에 내놨던 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시키면서 전 세계 경제가 역대 최악의 1분기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율 전망치를 1.4%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미국 제품을 소비할 전 세계 각국의 내수가 얼어붙고 중국에 설립한 공장의 생산 라인이 전염병 탓에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 성장 가능성이 대폭 깎인 것이다. 작년 1분기만 해도 미국 경제성장율은 3.1%였고 4분기도 2.1% 성장했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는 "(코로나19) 창궐이 억제될 때까지 경기 하방 위험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전날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장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가 이날 3.4% 하락하고, 중국에 수요·생산을 크게 의존하는 애플 주가가 4.75% 추락하며 시장은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탓에 위축된 내수로 수요는 부진해졌고,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망이 교란돼 생산도 차질을 빚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망 붕괴가 2분기 이상 지속될 경우 생산 감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역병 진원지인 중국이 받게 될 경제 충격은 다른 나라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누적 확진 환자 7만7000명, 사망자 2660명을 넘어서면서 나라 전체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IMF 부총재를 지낸 중국 칭화대 국가금융연구원 주민 원장은 "중국 경제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해가 1조3800억 위안(237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자 지난 23일 IMF는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6%에서 5.6%로 낮췄다. '6%대 경제성장률 사수'라는 의미의 '바오류(保六)'에 사활을 걸었던 중국 정부의 기대를 꺾고 0.4% 더 내린 것이다. 게오르기바 총재는 '코로나19가 미칠 경제적 영향'이란 제목의 글에서 하향 조정 이유에 대해 "코로나19가 중국 내 활동을 저해했다"며 "우리는 바이러스가 더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끔찍한 상황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실물경제에 잇단 빨간불이 켜지면서 중국 목표 성장률 추락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신량재경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휴대전화기 출하량은 281만3000대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38.9% 줄어들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에 따르면 2월 전반기 중국 내 승용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 급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채 탕감 등 단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경제 목표 달성을 다그치고 있지만 악재가 겹쳐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염병 불똥이 튄 유럽도 경제 전망이 어둡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2020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평가했다. 지난해 8월 내놓은 전망치 1.6%보다 0.4% 수치를 낮춘 것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공공 보건, 경제 활동,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새로운 하방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EU 성장 전망치가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가 발표된 날만 해도 이탈리아 확진 환자는 3명에 불과했지만, 이날 이탈리아 확진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230명을 넘기면서 EU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는 것이다. EU보고서는 코로나19에 대해 "전 지구적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상황을 과소평가했다.
유럽 경제의 두 기둥인 독일과 프랑스 각 국가의 확진자가 10명을 돌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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