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 베트남 방역 직원이 하노이국제공항 내 베트남항공 내부에서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해외에서 근무하는 자국민과 유학생들이 코로나19 위험국가를 빠져나오면서 유증상자 진단과 격리 작업이 폭증했지만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추가 확진자 발표가 없어 진단 능력을 둘러싼 의구심을... |
최근 해외 위험지역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자국민들이 많아지면서 자가·시설격리 대상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최근까지 모니터링 대상자가 1만명대로 급증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3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베트남은 지난 월요일(2일) 기준 총 34명의 코로나19 유증상자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과거 16명의 확진자를 관리, 완치판정한 뒤 발생한 최고 규모다. 이들은 주로 지난달 말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 등 해외 코로나19 위험지역에서 일하다 귀국한 베트남 근로자와 유학생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해외 전염 고위험 국가를 피해 자국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베트남 방역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자 규모도 1만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약 5분의 1인 2000여명이 최근 한국발 자국민 및 외국인이라고 VN익스프레스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 2일 코로나19 예방과 통제를 위한 국가지도위원회에서 격리가 최선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기 진단 장비 부족 때문에 격리가 최선책"이라며 "격리를 주저하면 국민 건강 보호에 심각한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베트남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제로(0)' 현상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베트남 내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열악한 의료·진단체계의 한계를 강력한 출입국 봉쇄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일뿐, 최근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초기 코로나19 확진자 16명이 모두 완치돼 퇴원한 지난달 13일 이후 지금까지 20여일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지 매체 보도조차도 정부 관찰 대상자가 무려 1만명에 이르는 터라 더욱 확진자 제로 상황을 둘러싼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과도한 통제로 인해 주변국은 물론 자국민과도 마찰적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베트남은 무리한 봉쇄 전략을 추진하다 최근 일방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하노이공항 착륙을 불허하고 생소한 지역 공항으로 유도해 회항 사태를 야기한 바 있다.
베트남 당국이 한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여객기를 베트남 북부 꽝닌성 번돈공항과 중남부 빈딘성 푸깟공항에만 착륙을 허가토록 하면서 국내 대구·경북지역에서 거주하는 베트남 유학생·근로자들의 고국행도 더욱 어려워졌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베트남 민간항공청은 현지시간으로 3일 오후 6시부터 오는 6월 4일 오전 6시59분까지 한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여객기는 번돈공항과 푸깟공항만 이용할 수 있다고 고시했다. 이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공항과 남부 호찌민공항에 이어 중부 다낭공항은 물론 그동안 한국∼베트남 노선으로 이용했던 모든 공항에 한국발 여객기 착륙이 금지됐다는 의미다. 번돈공항과 푸깟공항은 그동안 한국 국적 항공사가 취항한 적이 없는 '생지공항'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민들은 경유 항공편 확보와 이에 따른 항공료 상승부담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승객을 태우지 않은 상태에서 현지 승객들을 태워 돌아오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베트남 현지 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이 2일 한국~베트남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등 직항편은 사실상 전면 사라졌다.
경유편의 경우 대만 에바항공을 이용해 인천에서 타이페이를 경유하거나, 베트남 비엣젯항공으로 다낭을 거쳐 들어갈 수 있다.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대한항공·싱가포르항공 편의 경우 항공료가 1000달러 이상이다.
이와 관련해 주한 베트남대사관은 지난 2일 매일경제에 보낸 자국민 귀국조치 상황 자료에서 "귀국하려는 베트남 근로자들한테 법률의 귀정과 맞게 귀국할 수 있도록 설명 지원하고 있다"며 "항공사들의 항공권이 있는 베트남 국민은 여전히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 귀국할 수 있고, 베트남의 지정된 공항에 도착했을 때 (2주 간)
베트남 정부가 하루가 멀다하고 베트남 국적기와 한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을 모두 중단시키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있는데 주한 베트남대사관은 항권권 티켓만 구할 수 있다면 문제 없이 자국으로 건너올 수 있다고 설명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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