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런즈창(69) 전 화위안그룹 회장 겸 중국 인민정치협의회 베이징 시 위원. [출처 = 봉황망] |
로이터 통신은 런즈창(69) 전 화위안그룹 회장 겸 중국 인민정치협의회 베이징 시 위원이 지난 12일 부로 사라져 연락이 닿고 있지 않다고 주변인물들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런즈창 전 회장은 '중국 5대 부동산 거물'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광대'에 비유해 코로나19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안이하고 뒤늦은 대응을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런즈창 전 회장의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가라고 밝힌 왕잉씨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많은 친구들이 그를 찾고 있다. 너무나 불안하다"면서 "그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당국이 가능한 빨리 그의 신변에 대해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런 전 회장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고, 베이징 경찰과 중국 국무원 정보국에 문의를 했지만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이날 전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코로나19 공식 발발 40여일 만인 지난 달 10일, 현장 우한이 아닌 베이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의 늑장 대응 등을 `광대`에 비유해 비판한 런즈창(69) 전 화위안그룹 회장 겸 중국 인민정치협의회 베이징 시 위원은 최근 행방불명 됐다. [출처 = 중국CCTV·CNN 캡처] |
혁명그룹 2세대인 런즈창은 평소에도 당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런대포(Cannon Ren)'라고 불리기도 했다. 2016년에는 시 주석에 대한 관영 매체의 충성을 비판했다가 구독자가 3700만명이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삭제당하고 '당내 관찰 처분 1년' 징계를 받기도 했다.
런 전 회장의 행방불명은 그의 글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타고 빠르게 공유되면서 가뜩이나 흉흉해진 중국인들의 민심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자 당국이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초기에 경고한 의사 리원량(34)이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고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실이 알려시면서 많은 중국인들이 공산당 지도부에 대해 분노한 바 있다. 지난 달 9일에는 우한 현장을 찾아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한 정부 대응 실태를 고발해온 변호사 출신 시민 기자 천추스(34)씨가 당국에 의해 알 수 없는 곳에 강제격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는 물론 국제 사회가 중국의 언론 탄압 실태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민심을 되돌리가 위해 사망한 리원량을 '방역 모범 인물'로 치켜세웠지만 실제 조치는 달랐다. 이달 리원량의 동료 우한중심병원 응급과 주임 아이펀이 잡지 '인물' 3월호 인터뷰에서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대고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정부의 은폐 정황을 폭로한 것이 중국판 SNS '위챗'에 올라오자 해당 글이 삭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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