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는 미국 제국주의 하수인`이라며 IMF를 비난해왔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코로나 피해`를 이유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총재(왼쪽 위)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가 17일(현지시간) 퇴짜를 맞았다. [출처 = 트위터] |
17일(현지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마두로 대통령의 50억 달러(약 6조원) 긴급 지원 요청을 최종 거절했다고 이날 EFE통신이 전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호르헤 아레아사 외무부 장관을 통해 게오르기에바 총재에 보낸 영문 서한에서 IMF를 '명예로운 기관'(honorable organization)이라고 까지 치켜세웠다고 EFE는 전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 이어 사회주의를 강조한 마두로 대통령이 그간 IMF를 '제국주의 심부름꾼'이라며 비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베네수엘라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급박한 어려움을 겪는 회원국들을 위해 총 1조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외에도 미국발 경제제재에 이어 유가 폭락과 중국발 코로나 사태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이란이 IMF에 50억달러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 17일(현지시간)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긴급회의를 연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과 마스크를 낀 주요 부처 장관들. 이날 기준 베네수엘라 확진자는 총 33명이다. [출처 = 트위터] |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시민 3분의 1이 기본 생활에 필요한 식량을 조달할 수 없는 식량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는 2014년 이후 반토막이 난 상태로, 볼리바르 화 가치가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자 지난 해 말부터 마두로 대통령은 '제국주의 상징'인 미국 달러화를 공식 인정해 시장에 달러화가 통용되는 상태다. 지난 2012년 국제 유가 폭락 탓에 경제가 내리막 길에 접어든데다 미국 발 제재로 경제 침체에 시달려온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에 연연하는 정치) 탓에 쌓인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지난 2018년 IMF를 비롯한 해외 채권단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공신 선언했었다.
최근 베네수엘라 위기를 부채질 하는 건, 중국발 코로나 여파에 따른 유가 폭락이다. 유가는 10%가량 폭락하면서 4년 만에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진 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줄어들자 사우디 아라비아를 위시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감산 협력' 대신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각자 도생'식 증산을 택한 결과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 요청에 대한 IMF측의 거절은 '베네수엘라의 글로벌 신용'문제를 넘어 국제 무대 정치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두 대통령 정국'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해 1월 부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 대선을 통해 재선되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제 사회는 미국 등 50여 국이 과이도 의장을 대통령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실제 통치권을 잡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도 받아들이고 있다.
이때문에 17일 IMF는 "우리의 지원은 국제사회가 인정한 국가에 대해 이뤄진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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