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형성했다. 지난 17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이 전일 대비 1.6달러(8.1%)하락한 배럴당 18.27달러까지 밀려나 지난 2002년 1월 이후 최저치인 상황이었으나 이날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WTI 5월물 선물 만기(21일)를 하루 앞둔 시장 참여자들이 6월물로 대거 갈아 타면서 5월물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으며, 특히 근월물 혹은 현물과 원월물의 12개월물간 가격 차이가 10달러 수준을 넘어서며 '슈퍼 콘탱고(Super Contango)'를 유발시켰고, 원유 인수가 필요 없는 투자자들이 원월물로의 롤오버(월물교체)를 대거 진행하면서 기록적인 하락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 원자재 전문 연구기관인 코리아PDS의 최은지 책임 연구원은 "지난 2월 20일에 WTI 4월물과 내년 4월물을 비교하면, 이들 12개월물 간 가격 차이(스프레드)가 최대 10달러 미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3월 13일) 선포 이후 글로벌 석유 수요 위축 우려가 심화됨에 따라 12개월물간 가격 스프레드가 10달러를 상회하는 '슈퍼콘탱고'에 진입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또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경 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급락해 2009년 2월경 배럴당 33달러로 낮아졌을 때, 당시 12개월물간 가격 스프레드가 22달러 수준인 '슈퍼콘탱고'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WTI 5월 인도분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이동 제한령이 풀리기 전에 공급되는 물량이기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롤오버 포지션을 취하며 WTI 5월물을 매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속에서 휘발유 등 실물수요 급감으로 정유사 저장시설 및 유조선이 꽉 차서 더는 미국 내 저장공간을 찾을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도 보유비용을 높인 배경이다"고 분석했다.
초유의 유가 마이너스는 WTI 선물 만기 하루 전이라는 원유 파생상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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