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 연합뉴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년만에 가장 낮은 지지율 성적표를 받아들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봉쇄조치 완화 카드를 꺼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4월 지지율은 59%로 취임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러시아 민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는 이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낮지 않은 지지율이지만,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라이벌 없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 정치 특성상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보통 70% 이상을 기록했고,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직후에는 89%까지 지지율이 치솟았다. 이전 지지율 최저치도 취임 초반인 2000년 6월 기록한 61%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급증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자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게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FT는 분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레바다 여론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코로나19 대책 논의 화상회의에서 지역 정부 수장들에게 오는 12일 근로자 유급 휴무, 자가격리 등의 제한 조치가 끝난 뒤 기업활동, 건설활동 등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험이 큰 만큼 봉쇄조치 완화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일부 지역에서는 강력한 예방 조치들이 여전히 필요하고, 심지어 강화돼야 할 수도 있다"면서도 "(피해가 적은) 다른 지역에서는 점진적인 완화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신중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대처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봉쇄 조치를 완화하는데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보건·위생·검역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 청장 안나 포포바는 이날 회의에서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제한 조치를 해제할 것을 제안했다. 먼저 1단계로 거리에서의 운동, 아이 산책, 소규모 상거래·서비스 업체의 영업 등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2단계로 가족 단위의 야외 산책과 한 번에 서비스받는 방문객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좀 더 큰 규모의 상거래·서비스 업체 영업을 허용하고, 3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조건으로 공원 등의 휴식 공간을 개방함과 동시에 상거래·서비스 업체 등의 영업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오는 12일부터 모든 산업생산 분야 기업들과 건설분야 업체들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 간 접촉으로 감염증 전파 우려가 큰 미용실 등 서비스 분야 사업체의 운영은 한동안 계속 제한하고, 주민들의 자가격리도 계속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봉쇄조치 완화는 위험하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6일 러시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5일 연속 1만명 가량을 기록하며 총 누적 확진자 수는 16만5929명으로 세계 7위에 올랐다. 지금 추세로 가면 러시아 누적 확진자 수는 독일(6위·16만8162명), 프랑스(5위·17만4191명)를 곧 추월할 전망이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아직도 감염증 확산세가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사망자는 1537명으로 비교적 낮은 사망률을 보였지만, 러시아 보건당국이 사인(死因)을 다른 질병으로 분류해 사망자 수가 낮게 집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로 유가가 폭락하자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출액이 총 수출액의 60%에 달하는 러시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지난 3월 말부터 실시한 전국적인 봉쇄조치로 러시아의 4월 경제활동은 전달 대비 33% 감소했다고 막심 레셰트니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지난달 말 밝혔다. 모스크바를 제외한 러시아 전지역에서 노동자의 78% 가량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4월 세수도 전년 동기 대비 3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 재정은 당초 GDP 대비 0.8% 흑자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코로나19 타격으로 오히려 4%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600억달러 상당의 신규 국채를 발행할 계획을 이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비판이 들끓자 러시아 정치·사회는 뒤숭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방관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국내외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2024년 이후에도 자신이 연임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지난달 22일 예정돼 있었으나 이를 기일없이 미뤘다. 오는 9일 예정됐던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행사도 잠정 연기했다.
러시아 고위 인사들은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올가 류비모바 문화부 장관은 6일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문화부 공보실이 밝혔다.이에 앞서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도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에서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뒤이어 1일에는 블라디미르 야쿠셰프 건설부 장관, 드미트리 볼코프 건설부 차관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감염을 우려해 크렘린궁으로 출근하지 않고 모스크바 서쪽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비판해 온 의사 3명이 최근 2주간 잇따라 병원 창문에서 추락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것도 러시아 사회에 파문을 던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모스크바 인큰 한 응급의료시설의 원장이 지난달 24일 추락사했고, 1일에는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있는 한 병원 원장대행이 추락사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달 2일에는 보로네시의 노보우스만스카야 병원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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