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華爲)의 반도체 부품 조달 길을 모두 막기로 하면서 화웨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제재 방침에 따르면 제3국 반도체 회사들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전에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기술 활용도가 25% 밑이라면 자유롭게 화웨이에 제품을 댈 수 있었는데 이제 이런 '샛길'까지 완전히 막아버린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 강화가 '화웨이와 대만 TSMC와의 협력 고리 끊기'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분석합니다.
화웨이와 TSMC의 협력 고리는 반도체를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화웨이의 '아킬레스건'이었습니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화웨이가 꺼내든 '비상 타이어'는 자체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었습니다.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 등 다양한 반도체 부품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이실리콘은 설계 전문회사로 반도체 생산 공장이 없어 대부분의 제품 생산을 TSMC에 맡겼습니다.
따라서 강화된 제재를 근거로 미국이 TSMC와 화웨이의 추가 거래를 승인하지 않으면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은 사실상 붕괴하게 됩니다.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산업 수준은 아직 낮은 편이어서 중국 업체들로부터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조달하기도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기술력이 앞선 파운드리 업체인 SMIC(中芯國際)조차도 세계 파운드리 1·2위 업체인 TSMC나 삼성전자와는 기술 격차가 매우 큽니다.
화웨이가 최근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TSMC가 찍어낸 치린(麒麟·기린)980 AP와 바룽(巴龍)5000 5G 모뎀 칩셋 등이 장착됐습니다.
이들 제품은 최첨단 7㎚급입니다.
14㎚ 이상 생산 시설만 있는 SMIC는 이런 첨단 부품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회로선폭이 좁을수록 작은 크기에도 더욱 강력한 성능의 반도체 부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개발
화웨이가 TSMC와 거래가 막혔다고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 업체를 찾아가는 것 역시 사실상 어렵습니다.
실제로 화웨이가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부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격히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