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이 선고문을 낭독한다. 마약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사형이 언도된다. 법의 심판이 이뤄지는 이 순간, 통상의 재판 현장과는 다른 풍경이다. 피고인이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스크린 너머에 있는 재판장의 입을 쳐다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스트레이트타임즈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최근 화상회의 방식으로 교수형 선고를 내렸다. 법원 측 대변인은 "법 집행과 관련한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해 피고인 푸니탄 제나산의 선고 공판은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에서 원격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사형선고가 이뤄진 건 처음"이라고 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4월 초부터 6월까지 대부분의 재판을 휴정하고, 주요 사건만 원격 재판으로 진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30대 제나산은 2011년 마약 매매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은 '줌'을 통해 선고 과정을 지켜봤다며, 상고하겠다고 제나산 측 변호인이 전했다. 불법 마약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펼치고 있는 싱가포르는 그동안 외국인을 포함한
싱가포르 인권단체 측은 "싱가포르의 사형제도는 본질적으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며 "줌과 같은 원격 기술을 이용해 사람을 사형시키는 것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은 화상으로 이뤄진 판결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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