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펜데믹(COVID-19 전세계 대유행) 탓에 '자원 부국' 브라질이 최악의 사태를 맞으면서 팬데믹이 '세계의 공장' 중국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코로나19가 지난 4월 브라질 내에서 급속히 번지면서 브라질 철광석 채굴 광산 가동이 힘들게 된 결과 한 달 새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철광석 값이 20%폭등해 중국 제조업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1일(현지시간) 부로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열어 경기 회복책을 논의 중이지만 같은 시기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수무책으로 늘면서 러시아에 이어 전세계 2위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중국 다롄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철 성분 62%) 6월물 선물이 하루 새 10%급등한 결과 1톤당 759위안(107달러·약 13만 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한달 단위 철광석 선물은 올해 4월 초와 비교하면 가격이 20%급등한 셈이고 지난 2019년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 가격이다. 2019년은 같은 해 1월 말 브라질에 본부를 둔 글로벌 최대 광산업체 발레(Vale)사의 브루마지뉴 지역 광산 댐 붕괴 사고 여파로 생산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시장 철광석 공급이 대폭 줄어든 해다. 브라질은 호주에 이어 전세계 2위 철광석 생산·수출국이다. 브라질은 전세계 철광석 생산의 20%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도 철광석 매장국이지만 생산보다 수요가 더 많아 두 국가로부터 철광석을 수입한다.
지난 3월 말 이후 공장 재가동에 들어간 중국 입장으로서는 수급 불안에따른 생산 비용 상승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 셈이라고 WSJ는 전했다. 철광석은 제철 과정을 거친 후 건물 공사를 비롯해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두루 쓰이기 때문에 원유, 구리와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원자재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는 이런 급등세가 브라질 코로나19 위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철광석 채굴 작업은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해 '노동 집약적'이라는 특성을 띄는 데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일하기 때문에 코로나 취약 작업장으로 통해 회사가 작업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부분 운영에 들어가고 있다.
20일 미국 존스홉킨스의대가 각 국 보건부 발표와 추가 사항을 종합한 데이터를 보면 이날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29만1570명으로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총 1만8859명)는 미국·영국·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에 이어 6번째로 많으며 조만간 2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중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은 전세계 인구 6위에 해당하지만 공공 의료 체계가 열악한 데다 미국에 비해 진단 검사 수가 적다는 점, 하루에 1000명 안팎의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 때문에 확진 피해 규모가 러시아를 넘어 전세계 2위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브라질 사정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은 더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맥쿼리증권의 세라피노 카포페리 분석전문가는 WSJ인터뷰에서 "브라질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브라질 사상 최악의 사태를 겪고 있어 5월 한달 생산량이 평상시의 25%정도 밖에 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 당국에 따르면 브라질은 이달 1~3주 동안 철광석을 총 1527만톤 수출했는데 이는 브루마지뉴 지역 발레 광산 댐 붕괴로 생산이 위축된 지난 해 같은 기간(1940만톤)보다도 27%적다. 발레 사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2020년 철광석 가루·덩어리 생산이 3억4500만~3억7000만 톤 정도가 될 것이며 이는 직전 예상 생산량보다 4000만톤 적은 것"이라고 지난 달 밝힌 바 있다. 앞서 미국 지질학연구에 따르면 2019년 브라질에서는 철광석이 총 4억8000만톤 채굴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철광석 공급이 줄어든 것은 지난 3월 10일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민 승리' 선언 이후 경제 재개에 들어간 중국 입장에서 만만치 않은 악재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4월 중국은 철강석을 가공해 총 8500만톤 정도의 원철을 만들었는데 이는 3월(7900만톤)보다 8%늘어난 것이다. 자동차 제조 공장 등이 하나 둘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철강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산을 늘렸는데, 최근 철광석 값이 폭등하면서 중국 업체들은 비용 상승 압박에 놓였다.
한편 철광석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전세계 1,2위 생산국인 호주와 브라질 표정은 사뭇 다르다. 브라질은 정치적 혼란까지 가중된 상태다. 20일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환율은 1달러당 5.96헤알을 기록해 '심리적 장벽'인 6헤알에 다다르고 있다. 환율이 높을 수록 해당 통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호베르투 캄푸스 네투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같은 날 브라질 기간산업협회(Abdib) 행사에서 "3월 이후 외국 자본이 놀라울 정도로 급격히 빠져나갔으며 헤알화 환율 방어 차원에서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재는 "추가 비상 사태에 대비에 환 개입에 나설 외환 보유고는 아직 충분하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다만 이는 중앙은행이 또다시 환율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시사한다.
브라질 내 저명한 정치사학자인 주제 무릴루 지 카르발류는 같은 날 BBC문도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1월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총 4년인 대통령 임기를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점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공중 보건에 위해되는 발언과 행동을 하면서 브라질 경제·보건 위기를 오히려 더 키우고 있는 데다 이런 위기 속에서 대통령이 극우 집단 집회에 나가 군부 쿠데타를 옹호하는 연설을 하는 등 반(反)민주주의 행동을 일삼아 여론 지지가 갈
반면 지난달 말 이후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하루 10명 미만으로 떨어져 '통제 단계에 들어섰다'고 선언한 호주에서는 철광석 가격이 오른 영향을 호주 달러화 가치가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미국 1달러당 호주 달러화 환율은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달 새 4%정도 떨어졌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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