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상무부의 수출 규제로 인해 스마트폰 핵심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삼성에서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최근 화웨이가 삼성 스마트폰 부품 구매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더크 풀러 홍콩중문대학 교수는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삼성 스마트폰 프로세서 구입을 논의 중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의는 지난 15일 상무부가 수출 제한 행정규칙을 발표하면서 '블랙리스트 기업' 화웨이와 거래하는 업체들 중 미국 회사가 생산했거나 미국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쓰는 모든 국내외 기업들은 연방 정부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 등을 공급할 수 없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5일 제재 규칙 발표 당시 상무부는 120일 간의 유예기간을 설정한 바 있고, 이에 따라 화웨이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미국 측 거래 규제로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막히면 화웨이는 특히 고성능 반도체칩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프생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스마트폰 핵심부품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AP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통신기능을 더한 반도체 칩이다. 화웨이는 AP설계를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의존하고 있다. 2004년 설립된 하이실리콘은 고성능 반도체칩인 AP 설계에 주력해 화웨이가 이동통신장비·스마트폰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크는데 일조한 업체다.
↑ 애플·퀄컴과 맞먹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반도체 칩 설계기술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미국 업체들에게 의지하고 있다. 또, 하이실리콘은 AP칩을 설계한 후 실제 생산을 대만 TSMC나 중국 국영 기업 SMIC에 맡기고 있는데, TSMC와 SMIC는 실물 반도체칩 제작... |
그동안 하이실리콘은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겨 왔다. 이후 미국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으라며 TSMC를 압박하자 지난 1월부로 자국 1위 파운드리인 SMIC에 AP생산을 맡겼지만 SMIC는 기술이 딸려 반도체 칩 두께를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보다 얇게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가 15일 제재를 발표하면서 화웨이 사정이 더 악화됐다.
화웨이가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삼성 AP를 구매하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조사기관 VLSI 리서치의 댄 허치슨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설계·생산라인을 바꾸는 것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사람으로 치면 심장 이식 작업 같은 것이어서 화웨이에게 남은 선택지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회사 제품이나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려면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경쟁사인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 사가 만든 반도체 제조장비를 쓰면 되지만 '정교한 제작 기술'을 요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제조장비 상당부분을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유럽도 미국에 이어 탈중국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주요 의약용품을 비롯한 전략 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전달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1일 전했다. 도미닉 라브 외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이번 계획 이름은 '프로젝트 디펜드'로 각 부처가 잠재적인 적대 국가로부터의 위협에 취약한 71개 핵심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춘다는 내용이다. 영국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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