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19팬데믹(COVID-19 전세계 대유행) 을 둘러싸고 발원지 논란을 일으킨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후베이성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소장이 자국 관영매체 인터뷰를 통해 그간 미국이 제기해온 '코로나19 유출설' 반박에 나섰다. 왕옌이(39)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인터뷰 내용은 해당 연구소가 유출지가 아니라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왕 소장의 등장과 발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공산당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을 겨냥해 "은폐는 중국 공산당의 본성이기 때문에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를 다른 나라들이 직접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압박하고 나선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 눈길을 끌고 있다.
왕옌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관영 매체인 중국 국제 텔레비전(CGTN)과 인터뷰하면서 "우리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돼 팬데믹으로 번졌다는 것은 완전한 조작"이라면서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바이러스를 어떻게 유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왕 소장이 이번에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인터뷰한 CGTN은 지난 3월 2일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 공산당 선전기관'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 내 경영활동 규제 대상이라고 발표한 중국 관영매체 5곳 중 하나다.
왕 소장은 CGTN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해 12월 30일에서야 코로나19샘플을 처음 접했고 나중에 연구를 통해 코로나19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 전까지는 접촉한 적도, 연구한 적도, 보관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따르면 왕 소장은 선천성 면역·염증 분야 생물학 전문가로 베이징 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앞서 베이징 대학 학사 졸업 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석사, 우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30대 젊은 나이에 2018년 부터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956년 설립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생물안전 최고 등급인 P4등급 실험실을 갖춘 곳이다. 4등급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위력을 가졌음에도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한 정도로 분류되는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1300여개 바이러스를 보유 중이며 코로나19 진원지로 지목된 화난 수산시장과 지척에 있어 해당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됐다는 추측이 끊이지 않었다.
특히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연구팀이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RaTG-13)가 코로나19와 96.2% 유사성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왕 소장은 "RaTG-13가 코로나19와 유전적 유사성이 96.2%여서 일반인이 보면 엄청나게 의미있어 보이지만 유전학적으로는 차이점이 3.8%라는 게 더 엄청난 것"이라면서 "우리 연구소 내 바이러스 중 코로나19와 가장 유사한 경우도 유사성이 79.8%에 그친다"고 말했다.
반대편 미국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24일 호주 스카이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천성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반사적으로 은폐하고 숨긴다는 것을 전세계가 지켜봤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사태로)후베이성을 폐쇄하면서도 정작 이탈리아 밀라노와 이란 테헤란,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국제 항공편을 열어두는 가하면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지난 2월까지 중요한 정보를 숨겨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호주가 중국 일대일로(One Belt and One Road·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추진 중인 중국 중심 경제협력)같은 것에 관심을 보이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는 중국에 대해 투명한 발원지 조사를 요구해 중국과 갈등 중인 곳이다. 지난 달 27일 호주 주재 중국 대사는 호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원인 조사를 진행한다면, 호주의 그런 '불친절한' 태도 때문에 중국 학생과 관광객들의 호주 방문이 끊길 것"이라는 경고식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발원지 논란은 중국 외무부가 불 붙인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우한을 방문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인민 승리'를 선언한 3월 10일 이후 같은 달 13일 외무부의 자오리젠 대변인은 아무런 근거 없이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즉시 미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한 바 있다.
이후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코로나19에 대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러야 맞다"고 강조했고 지난 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는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발원지라고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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