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사태 때 코리아타운은 스스로 지켰다. 대단한 일이다."
"LA 시위에서 무장한 한국인 점주들이 옥상에서 약탈자들을 물리치던 기억이 난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고로 촉발된 미국 전역의 규탄 집회가 장기화하면서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1992년 LA 흑인폭동 당시 한국인들의 목숨을 건 대처가 회자되고 있다.
평화적 집회 참가자들에 편승해 약탈을 일삼는 이들에 대한 미국 내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최근 '옥상 위 한국인들(Roof Koreans)’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28년 전 LA 사태 때 옥상 위에서 총을 들고 약탈자들에 대응하던 한인들을 담은 기록 사진이 공유되고 있는 것.
사진이 찍힌 곳은 LA 웨스턴4가 한인타운 내 가주마켓이었다. 한인 청년들이 머리에 하얀 띠를 두르고 소총을 옆에 둔 채 한인타운 전체를 조망하는 모습이다.
또 한 장의 사진 역시 가주마켓 광고판이 보이는 가운데 청년들이 옥상 위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옥상 위 한국인들'이라는 표현과 함께 "진짜 한국인들이 약탈자들에 맞서 자율경비단(자경단)을 조직한 게 맞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이를 사진과 함께 "실제 역사 속에 존재한다"며 목격담을 전해주는 방식으로 회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4·29 폭동으로도 불리는 LA 폭동 사태는 1992년 4월 29일 교통 단속에 걸린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관 4명에게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분노한 흑인들이 LA 도심으로 일제히 쏟아져 나와 폭력과 약탈, 방화를 일삼은 사건이다.
흑인들의 분노가 공교롭게도 한인에게로 집중적으로 분출돼 당시 LA 도심에 있던 한인 상점 2300여 곳이 약탈 또는 방화 피해를 봤다.
불과 닷새 동안 53명이 죽고 4000여명이 다치며 10억 달러의 물적 피해를 야기했다.
당시 사진 속 옥상에 있었던 존 이 씨는 2016년 미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흑인들의 무차별적인 약탈을 목격하고 경비대 일원으로 동참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LA 폭동 이후 이 사진들은 무질서와 폭력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한인들의 강인함이 아닌 '탐욕스러운 자영업자'로 일각에서 왜곡된 이미지로 부추켜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28년이 지난 최근 조지 플로이드 집회와 눈이 먼 약탈 사건들이 미국 전역에서 목격되자 이를 처음 겪어보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SNS에서 과거 LA 폭동 사태 당시 한인들의 대응 사진을 돌려보며 "오늘날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왜 메이시스 백화점 관리자는 이런 것을 못 하느냐" "1992년 한인커뮤니티는 용감하게 그들의 비즈니스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LA한인회와 재미 해병전우회는 혹시 모를 약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비상순찰대를 구성했다.
순찰대는 통행금지 시간을 제외한 시간 동안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과 LA경찰의 순찰이 잘 이뤄지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활동을 벌인다.
이와 함께
한편 28년만에 다시 트위터에 회자되고 있는 가주마켓 옥상 사진과 관련해 안타깝게도 가주마켓은 올초 과다한 부채 문제로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챕터11)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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