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뉴욕 증시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갈수록 기술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세계 시가총액 1위 테슬라는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2000달러를 돌파했고, 애플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뉴욕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했다. 두 기업을 포함한 미국 7대 기술기업 시가총액은 미국 중소기업 2000곳 전체 시총 합계의 4배를 넘어섰다.
CNN비즈니스는 20일부로 미국 '7대 기술주'(tech's magnificent seven)의 시총이 이날 7조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미국 2000여 개 중소기업 종합 지수인 러셀2000지수 시총(1조9000억 달러)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7대 기술주란 나스닥 대장주인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 알파벳·애플)를 비롯해 페이스북과 테슬라, 넷플릭스를 묶어 부르는 것이다.
S&P500지수에 편입돼 있는 MAGA와 페이스북은 지수 내 비중이 25%를 넘나든다. 월가에서는 이른바 '언택트 주 열풍'을 타고 애플에 이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2조달러 클럽에 곧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7대 기술주의 대표격인 테슬라는 이날 6.56% 급등해 2000달러 선을 뚫었다. 테슬라 주식은 2001.83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시총은 3730억64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날 테슬라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내년부터 테슬라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모델Y를 생산·판매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이다. 20일 중국 관영언론인 글로벌타임스는 테슬라 고위경영진을 인용해 "테슬라는 오는 2021년부터 상하이기가팩토리에서 '중국산 모델Y를 만들어 판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테슬라는 현재 상하이기가팩토리에서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만 생산·판매하고 있다. 중형 SUV인 모델Y는 모델3보다는 가격이 비싸지만 중국에서 생산하면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난 18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테슬라 최대 협력사인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 니켈·코발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며 "고가의 니켈·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과 전기차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CATL이 테슬라와 손잡고 '100만 마일 배터리'(한 번 충전하면 160만㎞를 달릴 수 있는 고효율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라는 추측도 하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새로운 강세장 속에서 월가 투자자들의 공포가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2차 유행 단계에 들어서는 모습이지만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변동성 지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CBOE변동성 지수는 20일 22.72포인트를 기록, 코로나19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닥친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간 월가에서는 '7월 거품 붕괴설'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주요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들 중 80%에 이르는 사람들이 내년 글로벌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한편 현재 뉴욕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초에 "2021년 미국 기업 수익 여건과 미국의 국내 총생산(GDP)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면서 올해 말 S&P500전망치를 기존 3000포인트에서 3
다만 실물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비관적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20일 로이터통신은 이달 14~20일 110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 경제가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년 이상이며 1년 내 회복할 것이라고 본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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