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미국 정부와 의회가 분열 상태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번 주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이미 '밀월 여행' 모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9일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뉴욕 증시 3대 대표지수 선물이 일제히 1%넘는 상승세를 그렸고 한국 코스피 뿐 아니라 일본 니케이225지수 등도 1.5%넘는 오름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 공화당이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연방 상원의회 선거에서 '블루웨이브'(민주당 상·하원 다수석 점유)를 막아내고 있는 탓에 일각에서는 민주당 발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100년에 달하는 역사를 보면 의회 분열 시 증시가 오히려 더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신 개발 기대감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재확산 불안감을 넘어서면서 월가를 비롯한 금융시장 큰 손들은 앞서 주식시장을 향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열 정부는 주식시장에 좋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분열 정부인지 아닌지 여부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연간 수익률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대통령과 의회(상·하원)가 같은 정당이었던 과거 시기를 추려내보면 해당 기간 45년 동안 S&P500지수는 평균 7.45%오른 반면 백악관과 의회가 서로 다른 정당으로 쪼개졌던 46년 동안 S&P500지수는 평균 7.26%올랐다. 이는 지난 1929년 이후 다우존스시장데이터를 인용한 분석이다.
1929년 이후 워싱턴DC 정가에서 가장 일반적인 권력 구조는 '민주당 대통령'에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상·하원을 통제하는 형식이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통일한 34년의 시간 동안 S&P500지수는 연 평균 9.4%올랐다.
두번째로 자주 나온 권력 구조는 '공화당 대통령'에 상·하원을 민주당이 통제하는 분열 정부다. 이런 시기는 총 22년이었고 해당 기간 S&P500지수 연 평균 수익률은 4.9%를 밑돌었다.
역사를 통틀어 시장에 최고의 수익률을 가져온 것은 '민주당 대통령'에 민주당 상원·공화당 하원 통제 형식의 분열정부다. 이는 지난 2011~2014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권력 구조였는 바 당시 S&P500지수는 연 평균 13.6%뛰었다.
'공화당 대통령'에 공화당 상원·민주당 하원 통제 형식으로 분열된 최근 6년 간(올해 제외) S&P500지수는 연 평균 9.8%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과거의 분석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GFC)같은 대규모 경제 침체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QE)같은 사상 초유의 대응, 그리고 위기 다음에 찾아오는 '기저효과'(펀더멘털에 의한 상승이 아닌 기술적 반등)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미국 대통령, 의회 상·하원을 누가 점하느냐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WSJ도 "현재까지 '민주당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민주당 하원 형식의 분열 정부가 출범한 시기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이미 큰 손과 전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쌓아둔 현금으로 대형주를 매수하는 식이다. 페더레이트 헤르메스의 필 올란도 주식 시장 수석 전략가는 CNBC인터뷰에서 "블루웨이브가 아니어도 편안하다"면서 "지난 3일 선거일 이후로 주식 부문 자산 배분 비중을 늘렸으며 특히 미국 대기업 위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금 보유 비중을 '중립'으로 조정하고 그간 쌓아둔 현금을 들고 시장에 가세했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것이고 S&P500지수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최소한 3800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는 약 6150억달러(약 686조6475억 원)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연구원은 "분열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오는 2021년까지 기술부문 특히 대형 기술기업 주가가 10~15%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미·중 기술 경쟁에 휘말렸던 애플과 시스코, 차세대 네트워크5G 부문 기업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블루웨이브 실패 탓에 '가치주 투자'가 당분간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상원 과반수가 누구인지를 결정할 조지아 주 상원 선거가 내년 1월까지 끌게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8일 CNBC는 월가 전문가들이 분열 정부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치주가 성장주를 뒤어넘을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주 같은 성장주가 오름세를 보이는 반면 가치주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가치주란 쉽게 말해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싼 경우를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장세에서는 항공·관광 등 과대 낙폭주를 거론하기도 한다.
큰 손들의 투자 기류도 여전히 조금씩 다르다. '가치 투자의 귀재'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자사주 매입만 대폭 늘렸다. 버크셔는 올해 3분기(7~9월)에만 자사주 93억달러어치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올해 9월까지 자사주 누적 매입액이 160억달러다. 이는 연간 역대 최대치보다도 3배 많은 수준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버크셔가 지난 10월에도 최소 23억달러어치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8일 전했다. 비록 3분기와 10월 동향이기 때문에 버크셔가 연말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버크셔는 뉴욕증시가 3월 패닉장에서 기술주 중심으로 V자 반등한 2분기에도 현금성 자산을 쌓아둬 눈길을 끌었었다.
반면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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