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는 이탈리아에서 10대 소녀들이 당국의 학교 폐쇄 결정에 항의하며 이색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17일) AFP 통신에 따르면 7학년(중학교 2학년)인 12살 아니타 야코벨리는 매일 토리노 시내 교문이 굳게 잠긴 모교 담장 밖에 접이식 책상과 의자를 놓고 원격 수업에 참여합니다.
겨울 초입에 접어들며 다소 쌀쌀한 날씨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는 행인까지 쾌적한 학습 환경은 아니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따뜻하고 편한 집을 마다하고 굳이 이처럼 찬바람을 맞으며 학교 앞으로 나온 것은 당국의 학교 폐쇄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토리노가 속한 피에몬테주를 비롯해 4곳을 바이러스 고위험지역, 이른바 '레드존'으로 지정해 이달 6일부터 7학년 이상 원격 수업 전환과 주민 외출 제한, 음식점·주점을 포함한 비필수 업소 폐쇄 등의 봉쇄령을 내렸습니다.
아니타는 1차 유행 때인 지난 3월 초부터 이탈리아 전역에 고강도 봉쇄령이 발효되면서 한 학기 내내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9월 중순 새 학기와 함께 가까스로 대면 수업이 재개됐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다시 집에 갇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아니타는 "정부가 학교를 다시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또 다른 학년을 원격 수업으로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스크린이 아닌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 그 모든 것이 그립다"고 말했습니다.
아니타 뒤에는 '학교에서의 배움은 우리의 권리'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 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아니타와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하나둘 동참해 지금은 거리의 책상 수가 꽤 늘었습니다.
최근에는 루치아 아촐리나 교육장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하루빨리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응원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합니다.
현재
어제(17일) 기준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3만2천191명, 사망자 수는 731명을 기록했습니다. 누적으로는 각각 123만8천72명, 4만6천464명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