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닌 인도라고 지목했던 중국발 논문이 매일경제 취재 결과 최근 국제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논문은 지단달 의학전문지 '더 랜싯'에 제출돼 임의적 표본 대조와 편향된 결론 도달로 비난을 받았다. 이에 중국 연구자들이 국제적 논란을 의식해 논문을 자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연구를 주도한 인물은 본지 취재 결과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 소속으로 감염학과 동떨어진 뇌과학연구소 소속이었다.
■최근 갑자기 사라진 논문···中연구자들도 민망했나
13일 매일경제가 세계 사회과학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SSRN(사회과학네트워크)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지난달 말 '인간 숙주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SARS-CoV-2)의 초기 미스터리한 전달과 진화'라는 제목으로 중국인 과학자 3명이 쓴 논문이 더이상 검색되지 않았다.
'SSRN-id3724275'로 식별됐던 이 논문은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 인도라는 결론을 지향하면서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 논문은 '변이가 가장 적은 바이러스 구조가 나타난 지역이 최초 발원지'라는 전제로 1.전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샘플을 분석한 결과 변이가 거의 없는 지역으로 인도 등 8개국이 나타났다. 2.이 가운데서도 작년 5월 기록적 폭염과 가뭄 사태로 시달렸던 인도에서 동물과 사람이 동일한 식수원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우한 수산시장)이 아닌 인도가 현재 전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조 국가일 수 있다고 이 논문은 주장한다.
논문 내용이 보도되자 학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마크 수처드 교수는 "임의적인 (표본) 무리에서 다른 균주와 차이가 가장 작아 보이는 균주를 뽑는 식으로는 바이러스 원형을 알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적했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바이러스 연구 센터장 데이비드 로버트슨 교수도 영국 데일리메일에 "중국 연구는 매우 결함이 있으며 코로나19에 대한 이해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고 일축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도 이 논문을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중국이 전세계 160만명이 숨진 팬데믹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허위 연구를 만들고 있다"는 세계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반대로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매체들은 "중국이 코로나19 최초 발원국가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논문을 긍정적으로 조명했다. 물론 중국 매체들이 쓴 기사에는 임의적 표본 도출 등 편향된 연구방식에 대한 세계 과학자들의 지적과 비판이 실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논문은 전세계 160만명 이상이 사망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중국 국민들을 상대로 '중국 책임론'을 무력화하는 내부 선전용으로 활용된 후 국제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소멸한 상황이 됐다.
해당 저자들의 자진 삭제 요청에 따라 'SSRN-id3724275' 파일명이 붙었던 이 논문이 지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논문서도 "인도가 최초 발원국" 수정···"낮은 변이 다양하게 발견돼 특정 어려워"
또한 해당 논문이 외신에 보도된 후 매일경제는 논문에 기재된 3명의 연구진 소속과 최근 2~3년 간 작성 논문 리스트를 리서치게이트 등에서 추적한 바 있다.. 그 결과 논문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되는 A저자는 중국 과학굴기의 허브인 '중국과학원' 소속의 뇌과학 관련 전문가로 나타났다.
A저자와 함께 이름을 올린 상하이 푸단대 생명과학부 소속의 B저자 역시 바이러스 전문 연구자가 아니었다. B저자의 최근 논문 목록을 보면 2019년 6월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된 암 게놈의 리보헥산(RNA) 변형 관련 논문에서 복수의 저자로 노출되고 있다.
C저자 역시 푸단대 졸업 후 현재 미국 텍사스대에서 암 세포 관련 연구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1명의 뇌과학 전문가와 2명의 암세포 연구자로 결성된 젊은 중국 과학자 3명이 중국과학원 주도 하에 코로나19 기원을 중국이 아닌 인도로 지목하는 논문을 국제학술 데이터베이스에 올렸다가 2주만에 이를 삭제한 것이다.
아울러 이 저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계통발생적 관계'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분자 계통발생학과 진화'에 제출한 논문도 대거 수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알려진 논문 내용은 SSRN과 더 랜싯에 올라온 논문처럼 코로나19 최초 발생지를 인도로 지목했다.
그런데 13일 매일경제가 최종 확인한 출간 전 상태의 26페이지 논문에는 인도를 발원국으로 지목하는 내용이 사라졌다.
대신 3명의 저자들은 논문 10페이지에서 "낮은 변이 수준의 코로나19
어느 특정 지역을 지목하기 어렵지만 비단 중국 뿐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에서 낮은 변이 구조를 가진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만큼 중국을 발원국으로 지목할 수 없다는 식의 또 다른 황당 결론을 지향하는 식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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