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딸아이가 몇몇 친구들이랑 여행을 갈 수 있냐고 묻더군요. 저와 아내는 알겠다고 하고 비행기를 타고 같이 내려간 겁니다."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
최악의 겨울폭풍이 몰아친 미국 텍사스주에서 지역구 의원이 휴양지로 가족여행을 갔던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멕시코 칸쿤을 방문한 사실을 18일 시인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텍사주는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이번 북극 한파에 어느 지역보다 극심한 피해를 입은 곳이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 주말부터 대규모 정전사태로 전기가 끊겨 수일째 추위에 떨고 있다. 크루즈 의원이 출국한 지난 17일에는 300만 가구가 전력을 공급받지 못했다.
대중으로부터 분노가 쏟아지자 크루즈 의원은 18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딸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어했다"며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아내와 함께 데려다 준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잘 데려다 주고 다시 텍사스로 돌아가 정전사태 해결하려고 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론에서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크루즈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SNS에 상에서는 "이런 겨울 폭풍에서도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는 그가 부럽다"는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WP의 한 기자는 "모든 사람은 휴가가 필요하고 지금 나도 다섯 번 정도 다녀오고 싶을 정도"라면서도 "그의 유권자 수백만명이 이번 폭풍으로 영향을 받았고, 정치인으로서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코로나19 시국에 해외여행 자제령이 내려진 가운데 멕시코를 방문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멕시코를 최고위험 수준인 4단계 '여행 금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주내 약 200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복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전피해 집계
현재 텍사스에선 한파로 수도관이 얼면서 깨끗한 물을 얻기도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당국은 약 1300만 명을 대상으로 안전한 식수를 얻기 위해서는 물을 끓여 사용하도록 권고를 내렸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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