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서 군대가 민간인 여성 수백 명을 강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제(25일) UN은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지역의 의료 센터 5곳에서만 500건 이상의 강간 사례가 보고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강간을 당해도 이를 신고하는 것을 '사회적 오명'(stigma)으로 간주하는 해당 지역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실제 피해 사례는 이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동·남부 아프리카 지역 조정관 와파 사이드는 "다수의 여성이 무장한 범죄자들로부터 강간당했다고 말했다"며 "심지어는 가족 앞에서 강간당한 여성들도 있었으며, 폭력으로 위협하여 남자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가족을 강간하게 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내전을 피해 떠난)실향민들 대다수는 입고 있던 옷만 갖고 쫓겨나다시피 했다"며 "그들은 대체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그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헤매며 겪은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500km를 이동해야 했던 사람도, 무려 2주간 정처없이 걷기만 한 사람도 있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렇게 도망치는 과정에서 특히 어린 아이들이 많이 죽었으며, 강간당한 여성들은 임신해 아이를 낳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27일) 유엔난민기구(UNHCR)의 보리스 체시르코프 대변인은 조사단이 지난해 11월 분쟁 이후 해당 지역을 처음 방문해 시멜바와 히차츠 난민촌이 완전히 파괴된 현장을 목격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UN은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우려를 제기해 왔으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이를 '인종 청소'라 표현하며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문제제기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에티오피아 연방군은 티그라이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중앙정부와 대립하던 지역정부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 측 병력이 연방군 캠프를 공격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에티오피아군은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이 과정에서 이웃 국가인 에리트레아의
현재는 연방군이 해당 지역을 장악한 상태이지만,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는 못했습니다. 연방군과 산악지대 등에 은신해 있는 티그라이 지도부 간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치안이 불안한 틈을 타 수많은 여성이 강간과 폭행의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도지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amable04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