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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첫 사례인 '아진엑스텍' 주가는 공모가 7000원보다 36.43% 하락한 4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이 876대1에 달해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당시 공모에 참여했던 개인들은 꼼짝없이 35%가 넘는 손실을 입게 됐다.
지난 7일 코스닥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메디아나'도 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주가가 미끄러져 공모가 6200원보다 14.03% 떨어진 5330원을 기록했다. 이전 상장 1호 기업 아진엑스텍 부진 여파로 공모 청약 경쟁률이 13대1에 그치며 흥행에도 참패했다. 같은 날 상장한 데브시스터즈(285대1)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전 상장 기업의 주가 급락은 VC를 중심으로 기관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대량으로 팔면서 나타났다. 거래가 마른 코넥스에서는 지분이 골고루 분산되지 못한 채 일부 기관에 주식이 쏠리기 쉽다. 이 기관들이 코넥스에서는 매도 주문을 내도 물량을 받아줄 주체가 없어 주식을 들고 있다가 코스닥 상장을 투자금 회수(Exit) 기회로 보고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이다. 게다가 코넥스시장에서 취득한 주식은 코스닥으로 옮겨가도 보호예수 기간이 없어 상장 즉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가능하다. 아진엑스텍과 메디아나는 각각 전체 지분의 53.43%와 41.32%가 매도 가능 물량에 해당됐다.
거래가 부진한 코넥스시장에서 가격 조작ㆍ관리가 쉽다는 점도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 기준 가격이 코넥스 시장가와 공모가를 1대1로 가중 평균해 산출되기 때문에 코넥스 주가에 대한 불신은 코스닥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디아나 최대주주인 길종문 대표는 작년 12월 6일부터 올해 2월 26일까지 62회에 걸친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3500원에서 7000원까지 2배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인위적인 개입이 주가 신뢰도를 낮춰 '제값 받기'를 더욱 힘들게 했다.
코스닥으로 건너간 2개 기업 주가가 연이어 급락하자 '코넥스 디스카운트'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투자자 불신이 커지면 이전 상장을 준비 중인 나머지 코넥스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저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넥스시장 '예탁금 3억원' 의무가 유지되고 계속해서 주식이 유통되지 않으면 같은 사례가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군호 코넥스협회 회장은 "이전 상장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반복되면 결국 코넥스시장 전체가 외면받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예탁금 3억원 기준이 코넥스에서의 지분 분산을 막고 가격을 왜곡시켜 코스닥 상장 이후 투자자 피해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개인들은 코넥스 출신 코스닥 기업에 투자할 때 상장 초기 주가 조정폭이 클 수 있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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