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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190개 해외 주식·채권·혼합형 공모펀드(ETF, ELF 제외) 가운데 53%인 101개가 설정액 50억원 기준을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출시한 75개 해외펀드 중 30개는 이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소규모 펀드 정리 방안에 따라 임의 해지하거나 유사 펀드와 합병해야 하며, 지난해 2분기에 나온 115개 중 71개 펀드는 앞으로 3개월 내 추가로 자금을 모집하지 못하면 정리 대상에 포함된다.
1분기 기준 정리 대상이 된 소규모 펀드 중에는 주식·채권 혼합형 펀드(14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IBK자산운용은 이 기간에 혼합형 펀드 4개를 출시했지만 이 중 3개는 설정액이 10억원에도 못 미친다. 2014년 말부터 혼합형 펀드가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으며 자금이 유입되자 운용사들이 유사한 펀드를 마구잡이로 찍어낸 탓이 크다.
중국 주식펀드도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출시된 중국펀드 중 4개는 이미 1분기를 끝으로 소규모펀드 해지 대상이 됐다. 12개는 올 2분기까지 설정액을 추가로 늘리지 못하면 정리 대상에 포함된다. 최근 중국펀드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해당 펀드들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증시 폭락을 경험하면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있어 운용사들이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규 펀드 상당수가 출시 1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환경을 만든 장본인은 자산운용사다. 고유의 운용철학을 앞세우기보다는 특정 시장이 오르면 관련 펀드를 찍어내는 악습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까지 수년간 시장 부진에 시름했던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상반기 중국 증시가 급등하자 6개월 동안 총 26개의 중국펀드를 출시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가운데 15개가 소규모 펀드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해당 펀드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은 채 본인이 가입한 펀드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우선 가입할 때부터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펀드를 고르는 게 안전하다. 특히 아직까지는 펀드를 갈아타는 것 외에 해지로 발생하는 피해 보상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예방이 최선이다. 비슷한 운용전략을 가진 펀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설정액이 큰 펀드를 고르는 것이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소규모 펀드 해소 방안'을 내놨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앞으로 신규 펀드는 출시 6개월 안에 설정액 10억원, 1년 안에 설정액 50억원 이상을 단계별로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독립 펀드로 유지될 수 없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