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0일 신용회복위원회와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 개인회생·파산 신청자는 올해 상반기(1~6월) 6만556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542명 증가했다. 개인파산은 여전히 감소했지만 회생 신청자가 지난해 상반기 4만1401명에서 올해 상반기 4만4385명으로 7.2%(2984명) 늘었다. 2014년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세였던 신청자 수 누계가 4년 만에 처음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선 올해 6월부터 개인회생 변제기건이 3년으로 단축된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무자회생법 개정안 시행으로, 기존에 최장 5년이던 개인회생 기간이 3년으로 줄었다. 즉, 회생 채무자는 3년 동안만 주기적으로 돈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는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1월부터 선제적으로 변제기간을 3년으로 줄였고,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도 변제기간 단축을 소급 적용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자 입장에선 변제기간이 5년일 때보다 부담이 60%로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 또 다른 채무조정제도인 신복위의 개인·프리워크아웃 제도 신청자 수는 상반기 5만362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345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하면 최장 10년간 빚을 갚아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개인회생 제도로의 유인이 더욱 커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회생·파산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이 다변화한 것도 신청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신복위는 개인회생·파산 면책 절차와 비용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지난해 여름 14개 전국 법원과 업무협약 체결을 마쳤다. 이에 올해 상반기 신청자는 1682명으로 전년 대비 15.8%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권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 수는 턱없이 적은 편이어서 서민금융에 대한 분석적 접근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자료를 보면 국내 신용불량자(3개월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지난해 6월 약 104만명으로 매년 100만명을 상회하는데, 신복위·법원의 도움을 받는 사람 수는 어림잡아도 30%에 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
채무조정 활성화가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빚더미에 깔린 채무자가 빚을 털고 빨리 일어나는 게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라면서도 "최고금리가 급격히 낮아지는 상황에서 채무조정까지 늘어 개인 신용대출 리스크가 상당히 커졌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