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사우디에 수천억 투자…화학플랜트 지어 직접 운영

대림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폴리부텐 공장 건설 및 운영 사업 투자에 나선다. 14일 이해욱 신임 회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해외 투자여서 주목된다. 대림산업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세계 폴리부텐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6일 대림산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이 합작으로 추진하는 '아미랄(Amiral)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간 8만t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회사가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폴리부텐 공장은 사우디 동부 주바일 산업단지에 신규로 조성하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2022년 착공해 2024년 상업운전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투자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천억 원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부텐은 윤활유 및 연료첨가제 제조는 물론, 점착제와 건설용 접착 마감재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필수로 사용된다. 전 세계 시장규모는 100만t 내외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대림은 연간 총 33만t의 폴리부텐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루브리졸의 독점판매권을 포함해 35% 이상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산업은 1993년 국내 최초로 범용 폴리부텐의 상업 생산에 성공한 이래 2010년 고반응성 폴리부텐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또한 국내 최초로 2015년 글로벌 윤활유 첨가제 1위 업체인 미국 루브리졸에 폴리부텐 생산 특허를 수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대림은 루브리졸이 생산하는 폴리부텐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또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일 공장에서 범용 폴리부텐과 고반응성 폴리부텐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기술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다. 여수산업단지에 연산 20만t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25만t까지 생산규모를 확장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만의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아람코와 토탈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다"면서 "이번 투자를 통해서 세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사우디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게 됨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의 이번 투자는 단순히 시공에 머물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모델의 획기적 전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림이 건설사가 직접 투자하고 운영을 담당해 수익을 올리는 선진국형 '글로벌 디벨로퍼'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